북한 축구대표팀 감독 출신…'탈북자' 문기남 전 울산대 감독 별세

2025-08-10 14:03

add remove print link

자녀들에게 “통일되면 북한 가서 가교 역할 해라”

2005년 울산대 감독 취임 직후 인터뷰하는 고인. / 연합뉴스
2005년 울산대 감독 취임 직후 인터뷰하는 고인. / 연합뉴스

북한 남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탈북해 한국에서 울산대 감독을 지낸 문기남 씨가 9일 오후 10시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0일 전했다. 향년 77세.

1948년 평북 정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광산업을 하던 부친이 월남하자 외가가 있던 평양에서 자랐다.

1965년 북한 U-20 국가대표팀에 선발됐고,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는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1990년 북한 U-20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아시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일궜고, 1991년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대회(포르투갈) 남북 단일팀 북측 코치로 합류,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일조했다.

이후 북한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부임, 199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축구 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만들었다. 1999∼2000년엔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러다 2003년 8월 부인과 자녀 4명을 데리고 탈북한 뒤 2004년 1월 한국으로 귀순했다.

차남 문경근 씨는 연합뉴스에 "아버지는 (국제경기 같은 데 나가서) 한국 사회의 모습을 알게 되니까 북한 제도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고, 자식들이 이곳에서 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탈북을 생각하고 중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2005년 울산대 감독에 취임, 그해 전국체전에서 팀의 준우승에 기여했고 지도자상을 받았다. 2009년까지 지휘봉을 잡은 뒤 2010년 울산과학대 여자 축구부 고문으로 위촉됐다.

장남(문경민)과 차남도 북한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했고, 장남은 귀순 후 한 때 축구 심판으로 활동했다. 장남은 한국에서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차남은 서강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문경근 씨는 "아버지는 곧 남북통일이 될 거고, 그때는 저희(자녀들)가 고향에 가서 남북한의 가교로 활약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며 "그래서 한국에서 꼭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여기서 배운 걸 가지고 북한의 정착을 도우라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유족은 부인 이창실 씨와 2남 2녀가 있다. 문경민(개인사업)·문경희·문유진·문경근(서울신문 기자) 씨다. 빈소는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1호실(10일 오후부터 조문 가능), 발인 12일 오전 5시. ☎ 02-2262-4811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