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태풍을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 상황 갈수록 심각

2025-08-25 11:31

add remove print link

최악 가뭄에 시달리는 강릉... “보름치 빨래 쌓여” “물티슈로 청소”

강릉 지역의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성에서도 저수지 표면적이 61% 줄어들어 곳곳에서 바닥이 보였다. 24일 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가 위성영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강릉 주 수원지인 오봉저수지의 저수 표면적을 탐지한 결과 4월 21일 0.75㎢로 최대였던 표면적은 이달 17일 들어 0.29㎢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시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 단계로 격상됐으며, 강릉시에 필요한 물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0%대로 뚝 떨어져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24일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와 일대 하천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강릉 지역의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성에서도 저수지 표면적이 61% 줄어들어 곳곳에서 바닥이 보였다. 24일 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가 위성영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강릉 주 수원지인 오봉저수지의 저수 표면적을 탐지한 결과 4월 21일 0.75㎢로 최대였던 표면적은 이달 17일 들어 0.29㎢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시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 단계로 격상됐으며, 강릉시에 필요한 물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0%대로 뚝 떨어져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24일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와 일대 하천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강원 강릉시 주민들의 가뭄 불편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대 식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제한 급수가 시작된 탓에 지역 사회 곳곳에서 물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집에서는 빨래와 설거지를 미루는가 하면 머리를 감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다. 시민들은 “보름치 빨래가 쌓였다”, “물티슈로 청소한다”, “머리도 제대로 못 감는다”라고 말하며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 지난 23일엔 기우제까지 열렸다. 강릉시 성산면에 있는 대관령국사성황사에서 기우제가 열렸는데, “다른 곳엔 비가 많이 오는데, 강릉만 비가 안 옵니까”라는 애타는 호소가 울려 퍼졌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의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가 23일 오전 강릉시 인근지역인 평창군 대관령면 국사성황사에서 열리고 있다. / 뉴스1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의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가 23일 오전 강릉시 인근지역인 평창군 대관령면 국사성황사에서 열리고 있다. / 뉴스1

25일 한국농어촌공사 집계에 따르면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7.7%. 평년 저수율이 69.4%란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저수량이 이 수준이라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간은 20일 남짓에 불과하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계량기 절반을 잠그는 제한 급수를 시행했지만 본격적인 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여름 휴가철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제한 급수 효과도 반감된 상태다.

강릉시는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지면 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추가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 경우 세대별 계량기 75%가 잠기고 농업용수 공급은 전면 중단된다. 농가들의 피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기자회견에서 “30년 넘게 강릉에 살았지만 올해 같은 극심한 가뭄은 처음”이라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반드시 중장기 수자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민 생활은 이미 심각하게 위축됐다. 강릉아레나를 비롯한 공공수영장 3곳은 문을 닫았고, 도심의 공중화장실도 주중 절반가량은 운영을 멈췄다. 식당들은 정수기 사용을 중단하고 500mL 생수를 손님상에 내놓고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설거지나 조리에 물을 안 쓸 수는 없으니 식수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행정기관의 대응을 향한 불만도 나온다. 한 주민은 “시민은 욕조에 물 받아 쓰며 아끼는데 관광객은 계속 늘어나고 강릉시 대처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민도 “시민들이 물 아껴 쓰느라 너무 힘든데 관광객까지 몰려 현지인만 더 고생한다”고 토로했다.

시민 불편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물 없는 샴푸를 쓰자는 제안, 머리 감은 물을 변기 물로 재활용하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설거지 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일회용 그릇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일부 주민은 “호텔·펜션·사우나는 그대로인데 우리만 물 아끼면 뭐 하나”라며 불만을 쏟는다. 한 강릉 주민은 맘카페에서 “살다 살다 태풍을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달 14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 수영장 입구에 물 부족으로 인한 무기한 임시휴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뉴스1
지난달 14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 수영장 입구에 물 부족으로 인한 무기한 임시휴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뉴스1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전국 각지에서 강릉을 향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춘천시는 이날 16톤급 급수차 11대를 동원해 총 176톤의 정수를 홍제정수장으로 운반했다. 생수 2리터 3000병도 함께 전달됐다. 춘천시는 급수차 임차료까지 전액 부담하며 어려운 시기 이웃 도시의 연대를 보여줬다. 원주시는 지난 22일 8400만 원 상당의 생수 12만 병을 긴급 지원했고, 서울시도 ‘병물 아리수’ 8400병을 강릉에 전달했다. 속초시 역시 생수 3만 병을 보냈다.

기업과 사회단체들의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지회는 생수 2리터 1만2000병을, 농협강릉시지부는 500mL 13만 병과 2리터 8만 병을 지원했다. 강원농협수출협의회, 우삼호건설산업, 에이펙스 도시개발, 롯데칠성음료, G1방송 등도 수만 병 단위의 생수를 기탁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4만 병 지원 외에도 하루 15톤 규모의 대관령샘터를 개방해 시민들이 직접 식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릉시는 당면한 위기에 행정력을 집중하기 위해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시 승격 70주년 시민의 날 기념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가뭄 장기화로 시민 불편이 커지는 만큼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대책을 점검했다. 김 지사는 “예비비 25억 원을 투입해 급수차 임차료를 지원하고, 평창·동해·양양에서 하루 1200톤을 공급하도록 하겠다”며 “재난관리기금 3억5000만 원을 투입해 오봉저수지 취수구에 양수펌프를 설치, 평소 끌어올릴 수 없던 물까지 생활용수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이 체감하는 불편은 여전하다. “빨래를 미루다 보니 쌓여만 간다”, “제대로 씻고 싶다” 등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태풍과 비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이번 여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