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트럼프 뒤에 있던 연세대 출신 한국계 여성의 정체

2025-08-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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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 정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자리잡은 '닥터 리'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에서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통역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에서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통역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현지시긱)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역으로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계 미국인인 이 국장은 오랜 시간 고위급 외교 무대에서 언어와 문화를 잇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닥터 리’로 불리며 미국 외교 정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자리 잡았다.

이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역으로 활약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를 매끄럽게 전달했다. 이어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세 번째 만남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과 귀 역할을 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한미경제연구소(KEI) 초청 대담에서 이런 경험에 대해 "놀랍고 흥분되는 일"이자 "비현실적"이라고 회고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출신인 이 국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미 국무부에서 한국어 통역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일로 어린 시절을 이란에서 보냈다. 그곳 국제학교에서 공부하며 글로벌한 시각을 키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연세대학교에 진학했다. 연세대 영자신문 활동을 통해 영어를 접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로 지낸 30대 초반에 통역의 길로 들어섰다. 33세에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를 매끄럽게 전달한 바 있다. / 뉴스1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를 매끄럽게 전달한 바 있다. / 뉴스1

이 국장은 복잡하고 긴장감 넘치는 외교 교섭을 능숙히 다뤄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외에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한국 관련 정상회담에서 통역을 맡았다. 2014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서울 방문, 2022년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회담에서도 이 국장 목소리가 울렸다. 대통령뿐 아니라 다수의 국무부 고위 관료들과도 일하며 ‘닥터 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2022년 토니 블링컨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은 국무부 통역 업무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이 국장을 두고 "국무부 외교통역팀의 정말 필수 멤버로 우리는 이 국장과 팀 없이는 업무를 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통역국장으로서 이 국장은 60명의 정규 직원과 1000명 이상의 프리랜서 통역 및 번역가를 관리하며 국제 대화의 원활한 소통을 책임지고 있다. 타임지는 이 국장을 외교 무대 뒤의 ‘숨은 영웅’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 국장의 경력에는 잠시 우회한 시기도 있다. 2004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역사적 외교 현장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열정으로 다시 미 국무부로 복귀했다. 2019년 2월 이 국장은 통역국장으로 승진하며 실력과 헌신을 인정받았다.

이 국장의 개인사도 주목할 만하다.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남편의 다국적 기업 근무로 미국에 정착한 이 국장은 가정과 경력을 병행하며 도전에 맞섰다. 늦은 나이에 통역 분야에 뛰어들어 빠르게 두각을 나타며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줬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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