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대부분 모른다… 하이패스 차로 막히면 ‘이곳’도 통행 가능합니다

2025-09-02 17:17

add remove print link

의외의 장점, 사무실·화장실 이용할 땐 더 가까운 동선

요즘은 차량 대부분이 하이패스를 이용하면서 전용 차로에 오히려 긴 줄이 생기곤 한다. 그런데 운전자들이 잘 모르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바로 화물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빠른 길’이라 불리는 하이패스 차로가 오히려 가장 길게 늘어선 모습을 마주할 때다. 하이패스 보급률이 90%를 넘어서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차량이 이 차로를 이용한다. 그 결과, 정체는 일반차로가 아니라 오히려 하이패스 차로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운전자들은 톨게이트 1~3차로에 몰리기 위해 급하게 끼어들고, 멀리서부터 줄지어 서 있는 풍경도 흔하다.

이 과정에서 종종 보이는 차로가 있다. 바로 ‘화물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다. 외형은 일반 하이패스 차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선이 넓고 바닥에는 차량 무게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장치(축중기)가 설치돼 있다. 많은 승용차 운전자들이 “여긴 들어가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일반차도 통행이 가능하다. 하이패스 단말기만 장착돼 있다면 정상적으로 요금이 결제된다.

그렇다면 왜 굳이 화물차 전용 차로가 따로 있는 걸까. 첫째, 대형 화물차의 과적 여부를 단속하기 위해서다. 화물차 전용 차로에는 톨게이트 통과 시 무게를 자동으로 재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과적 차량은 곧바로 확인된다. 둘째, 물리적인 이유도 있다. 폭이 큰 대형차가 안전하게 진입하도록 설계돼 일반 승용차 차로보다 넓다. 셋째, 요금 체계 때문이다. 화물차는 축 수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용 차로를 통해야 정확한 요금 부과가 가능하다.

즉, 일반 승용차가 화물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해도 법적으로 단속되거나 과태료를 내는 일은 없다. 다만 대형 화물차와 섞여 달려야 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시야가 가려져 돌발 상황 대처가 늦어질 수 있고 대형차의 제동거리가 길어 급정지라도 일어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통행은 가능하더라도 항상 안전 거리를 확보하고 주의 깊게 운전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의외의 장점도 있다. 화물차 전용 하이패스 차로는 톨게이트 끝자락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부대시설과 가까운 경우가 많다. 톨게이트 관리사무소나 화장실 등을 이용하려면 일반 하이패스 차로로는 접근이 어렵지만, 화물차 전용 차로를 통해 진입하면 상대적으로 동선이 짧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운전 중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야 하거나, 톨게이트 사무실에서 간단한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화물 하이패스 전용 차로 / 연합뉴스
화물 하이패스 전용 차로 / 연합뉴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가장 혼란을 겪는 상황은 ‘잘못된 차로로 들어갔을 때’다. 특히 톨게이트에 진입하기 직전, “이 차로가 맞나” 하는 순간 망설이다가 급정거하거나 옆 차로로 급하게 꺾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런 돌발 행동은 톨게이트 사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80㎞ 이상으로 달리던 차량이 톨게이트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뒤따라오던 차량과의 추돌 위험이 크다. 여기에 급차선 변경까지 겹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당황할 필요가 없다. 만약 고속도로 입구에서 하이패스 차로로 잘못 들어가 통행권을 뽑지 못했다면 출구에서 일반차로로 진입해 차량번호를 말하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톨게이트 직원이 진입 지점을 확인해 통행료를 정상적으로 정산해준다.

반대로 출구에서 하이패스 차로로 잘못 들어가 그대로 통과해도 해결 방법이 있다. 이 경우 ‘미납 통행료’로 처리되는데, 최근 한국도로공사와 편의점 업계 협약으로 전국 CU 편의점에서 미납 당일 바로 납부가 가능해져 불편이 크게 줄었다.

하이패스를 장착한 차량이 일반차로로 진입했을 때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말기에 꽂힌 하이패스 카드를 꺼내 톨게이트 직원에게 제시하면 즉시 결제가 가능하다. 차로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으며 어떤 차로로 들어가더라도 정상적인 통과가 가능하다.

문제는 ‘모르면 생기는 불필요한 사고’다. 많은 운전자들이 “하이패스 전용차로에 잘못 들어가면 무조건 큰일 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불안해한다. 이 불안이 급정지나 급차선 변경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더 큰 사고 위험을 만든다.

특히 톨게이트는 고속 주행 중 차로가 갑자기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지는 구간이라 순간적인 조작이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미납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라면 일단 그대로 통과하는 것이 맞다. 미납 통행료는 사후에 충분히 정산할 수 있지만 한 번의 급정지는 되돌릴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