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고립 노인 구하고 순직한 해경 '마지막 무전', 정말 분통 터진다

2025-09-14 22:28

add remove print link

주꾸미철 안전 관리 업무가 늘어나 휴가까지 반납하고 근무했던 해경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홀로 구조하려다 숨진 해양경찰관의 마지막 무전 내용이 밝혀졌다.

14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무전 녹취 기록과 순찰 드론 영상에 따르면, 고 이재석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드론 순찰 업체로부터 신고를 받고 단독으로 현장에 출동했다.

이 경사는 오전 2시 16분 파출소에 "꽃섬에 혼자 있는 요구조자가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며 "아예 주저앉아서, 직접 가서 이탈시켜야 할 거 같다"고 첫 무전을 했다.

이어 2시 42분에는 "현재 요구조자 확인.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거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 이재석 경장,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 뉴스1
고 이재석 경장,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 뉴스1

그는 수심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수심이 좀 있어 보이는데요"라고 답했다. 추가 인원 투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물이 차올라서 조금 필요할 거 같긴 하다"면서도 "일단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했다.

이에 담당 팀장은 "서(인천해경서)에다 보고하고 (자는) ○○을 깨워서 같이 상황 대응을 하자.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하지만 '일단 요구조자를 만나러 이동하겠다'는 이 경사의 말에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경사는 오전 2시 54분쯤에 만난 요구조자가 발을 다쳐 거동에 어려움을 겪자 업으려다 실패했다.

고 이재석 경장 조문 행렬 / 뉴스1
고 이재석 경장 조문 행렬 / 뉴스1

이어 2분 뒤 이 경사는 "요구조자는 발이 베어 거동이 안 된다고 해서 구명조끼를 벗어드려서 이탈시키도록 하겠다"며 "물은 허리 정도까지 차고 있다"고 무전했다. 이때도 추가 인원은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이 경사는 자기 구명조끼를 벗어 요구조자에게 건네주고 주머니에서 자기 장갑을 꺼내 다친 요구조자의 발에 끼워준 뒤 손을 잡고 육지로 걸어 나간다.

그러나 오전 3시 2분쯤 허리까지 오던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기 시작하자 이 경사는 강한 물살에 요구조자의 손을 놓치고 멀어진다.

파출소는 오전 3시 14분에야 고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통화 가능하면, 교신 가능하면 아무 때나 연락해봐"라고 무전했다.

다른 영흥파출소 직원들은 당일 오전 3시 9분쯤 "물이 많이 차 있다"는 드론업체의 지원인력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사의 마지막 모습은 오전 3시 27분쯤 드론에 포착됐다. 그는 양손으로 손전등과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쥔 채 물속에서 겨우 발을 움직이면서 떠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결국 바다에서 실종된 이 경사는 오전 9시 41분쯤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고인이 구해낸 중국 국적 70대 A씨는 어패류를 채취하다 밀물에 고립돼 발에 부상을 입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4시 20분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돼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장은 해병대 만기 제대 후 긴 수험 끝에 2021년 해양경찰 순경으로 입직했다. 근무 기간 중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고, 지난달 경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4일이 생일이었으나 주꾸미철 안전 관리 업무가 늘어나 휴가를 반납하고 근무를 이어갔다.

유족은 “왜 혼자 보냈느냐고 물었을 때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양경찰청 훈령에는 순찰차 인원 2명 이상 탑승이 원칙으로 규정돼 있으나, 이번 사고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영흥파출소 근무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이 중 4명은 휴게시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경찰청은 외부 전문가 6명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려 2주간 사고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