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나 아내가 집안일 자꾸 미루면... 그 증상 꼭 의심해보세요
2025-10-0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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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 갖고 있으면 이혼율 2배 높아... 미국선 이혼율 60~70%

직장에서 회의 시간을 자주 놓치고, 집안일을 계속 미루며, 상대방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말을 툭툭 내뱉는 배우자.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쌓이면 이혼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 같은 행동들이 사실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건호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지식인사이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통해 "ADHD의 약점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을 배려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결혼하면 문제가 많이 생기는데 배우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상대방이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해온 반 교수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 이혼율은 증상이 없는 사람보다 약 2배 높다. 미국 데이터를 기준으로 일반인 이혼율이 33% 정도인 반면 ADHD가 있는 가정의 이혼율은 60~70%에 달한다고 밝혔다.
성인 ADHD가 결혼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미루기'와 '조직화 능력 부족'이다. 반 교수는 "자꾸 미루니까 집안일도 미루고 세금 내는 것도 미루는데, 미루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며 "배우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속 터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눈치 부족'으로 인한 말실수다. 반 교수는 "ADHD가 있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말실수인데, 눈치가 없으니까 결국 배우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상대방이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기만 알고 자기 편한 것만 좋아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행동들이 한두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점이다. 반 교수는 "어쩌다 한두 번이면 좋은데 자꾸 누적이 된다"며 "그래서 이혼하기 전에 이 사람 문제가 뭔지 마지막 남은 정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진료를 받으러 온다"고 말했다.
자녀가 있을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반 교수는 "눈치 없는 말들을 자식에게 뱉어내기 시작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굉장한 상처가 된다"며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발표를 해서 '내가 2등 했다'고 하면 '왜 1등 못 했어?'라고 말하는 식"이라며 "아이 입장에서 굉장히 상처가 되고 이런 것들이 자꾸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인 ADHD 환자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반 교수는 "실제로 ADHD라는 병 자체가 처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명명할 때 아이들이 크면서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었다"며 "어른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소아정신과에서 진료하다 보면 아이가 아빠나 엄마와 너무 닮은 특성들이 있어서 결국 유전 성향이 있다는 것을 점점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성인 ADHD 진단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반 교수는 "코로나는 우리에게 너무 큰 시련이었고 사회 전체가 불안과 우울에 쌓이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까 정신과를 찾는 환자분들이 급격하게 늘었는데, 우울로 찾아온 과정에서 의외로 ADHD가 굉장히 많이 진단됐다"고 설명했다.
성인 ADHD의 특징적 증상으로는 '안절부절못함'과 '시간 개념 부족'을 꼽았다. 반 교수는 "어른이 돼서 회의에서 막 뛰어다니는 사람은 없지만, 그 사람을 잘 보면 굉장히 안절부절못하는 게 보인다"며 "가만히 앉아서 근무하는 것 같지만 책상 밑에서 다리를 떨고 있다거나, 얘기하면서도 계속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리는 등의 반응들이 항상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치료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를 우선 권장한다고 밝혔다. 반 교수는 "성인 ADHD는 평생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의지로 그것을 개선하기가 사실상 굉장히 어렵다"며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외에도 '마이크로 포커싱' 방법을 제시했다. 반 교수는 "아주 작은 목표들을 만들고 거기서 성공을 자꾸 경험해서 본인에 대한 자존감이 자꾸 늘어나야 한다"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는 세우지 않는 것이 낫다. 또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