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씨 말랐다더니…1년 내내 금어기인데 6년째 자취 감춘 '국민 생선'

2025-09-26 14:45

add remove print link

한국 바다에서 포획 전면 금지된 생선

한국 연안에서 명태 포획이 전면 금지된 지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리며 서민 밥상의 단골 메뉴였던 명태는 자원 고갈로 2019년 1월부터 잡을 수 없게 됐지만, 아직도 뚜렷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강원 고성지역에서 그물에 잡힌 명태 자료 사진 / 고성군 제공
과거 강원 고성지역에서 그물에 잡힌 명태 자료 사진 / 고성군 제공

과거 풍요로웠던 명태 어장, 하지만...

명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 연간 7만∼16만 톤이 잡힐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 특히 강원 고성 지역은 대표적인 명태 주산지로, 1980년대 초 한 해 16만 톤 가량을 어획하기도 했다.

축제가 시작된 1999년에도 동해안에서 잡힌 전체 명태 4587톤 중 62%에 해당하는 2823톤이 고성에서 나올 정도였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 '국민 생선'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생태부터 황태, 동태, 북어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한국인의 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렸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동해 수온 상승과 함께 어린 명태까지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남획이 이어지면서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연간 1톤 전후로 줄어들었고, 심한 경우 0∼5톤에 불과해 '금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결국 정부는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2019년 1월 22일부터 명태의 전면 포획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 등 해외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명태 / 고성군 제공
명태 / 고성군 제공

명태 되살리기 총력전...축제로 이어지는 명태 사랑

해양수산부와 강원도는 2015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해양 심층수를 활용해 명태 치어를 5∼7㎝ 크기까지 기른 뒤 바다에 방류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확립해 매년 치어를 동해 연안에 꾸준히 방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극소량이지만 자연산 명태가 포획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미미한 회복 징후로 평가받고 있다.

명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은 각종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강원 고성군과 고성문화재단은 26일 오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거진11리 해변에서 '제25회 고성명태축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명태 경매 현장 / 고성군 제공
명태 경매 현장 / 고성군 제공

이번 축제에서는 명태 추억 이야기 경연대회, 고성 어로요 체험, 명태 할복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대한민국 음식 장인과 협업한 명태 라운지, 벽화 무대와 연계한 '명태 소원지', 해변 특설 공간인 '명태 비치바'도 운영된다.

특히 활어 맨손 잡기, 어선 버스, 명태 할복 체험은 고성지역에서 1만 원 이상 소비한 영수증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단순한 소비 행사가 아닌 지역 경제 순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25년간 이어온 명태 축제가 이제는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며 "고성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고성명태축제 홍보 포스터 / 고성군 제공
고성명태축제 홍보 포스터 / 고성군 제공

한국 바다에서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10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어업 재개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태가 성어로 자라 번식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명태는 여전히 한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생선으로 남아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축제 개최와 정부의 자원 회복 정책이 이어지면서 언젠가 다시 우리 바다에서 명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