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고구마 품종 10개 비교했더니…의외의 품종이 ‘최고 단맛’ 차지했다
2025-09-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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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밤향미·꿀향미…세밀하게 나눈 18개 감각 용어
소담미는 달고 진홍미는 퍽퍽…품종별 개성 뚜렷
찐 고구마의 맛을 품종별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도가 만들어졌다.

고구마는 오랜 세월 한국인의 밥상과 간식거리를 책임져 온 친숙한 식재료다. 겨울철이면 길거리의 군고구마가 추억을 불러오고, 시장이나 마트에서는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가 대표 품종으로 자리해 왔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달다거나 퍽퍽하다는 식으로만 맛을 구분했지만 실제 고구마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품종마다 향과 식감, 단맛의 농도와 촉촉함까지 전혀 다르다. 그동안 막연히 “달다”와 “퍽퍽하다”로만 표현하던 고구마의 맛이 이번에 과학적인 분석으로 세밀하게 드러나면서 우리가 알던 고구마의 세계가 훨씬 넓고 다채롭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농촌진흥청은 국내에서 재배되는 주요 고구마 10개 품종을 쪘을 때 느껴지는 맛과 향, 물성, 외관 특성을 과학적으로 정리해 감각 용어를 만들고 이를 시각화한 맛 지도를 완성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로 품종별 세밀한 맛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진은 자체 전문 패널을 선발해 세 달 동안 15회 이상 훈련을 거치며 평가 기준을 정립했다. 맛과 향미 7개, 물성 8개, 외관 3개 등 총 18개의 감각 특성이 개발됐고 주성분 분석을 통해 품종 간 차이를 지도로 구현했다.

맛 지도에서 가로축은 밀도감과 분질감, 수분감, 단호박향미, 당근향미를 반영했다. 세로축은 비트향미, 색 종류, 단맛, 꿀향미를 기준으로 설정됐다. 이로써 소비자는 고구마를 단순히 ‘밤고구마’, ‘호박고구마’로만 나누지 않고 품종별 특성을 세밀하게 비교할 수 있게 됐다.
품종별 특성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소담미는 단맛이 강했고 풍원미와 신자미는 경도가 높았다. 호풍미와 풍원미는 수분감이 많았고 호풍미와 호감미는 단호박 향미가 뚜렷했다. 진홍미와 단자미는 분질감이 강했고 진율미와 진홍미는 밤향미가 두드러졌다.

색상별 특징도 세밀하다. 밤색 고구마는 대체로 밤향미가 강하고 단호박향미와 당근향미는 약했다. 이 가운데 소담미는 꿀향미가 비교적 강했고 진율미는 경도가 가장 낮았다. 진홍미는 단맛이 약하고 분질감이 두드러졌으며 베니하루카는 단맛과 밤향미가 동시에 강했다.
호박색 고구마는 단호박향미와 당근향미가 강하고 수분감이 많아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호풍미는 수분감이 가장 높았고 호감미는 섬유질이 많았다. 풍원미는 단맛이 약한 대신 당근향미와 경도가 강하게 나타났으며 안노베니는 단맛과 꿀향미가 뛰어났다.
자색 고구마는 전체적으로 향미가 약하지만 비트향미와 요오드향미가 강했다. 단자미는 밀도감이 가장 강했고 신자미는 요오드향미가 두드러지며 경도도 높았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맛 지도와 감각 용어 개발로 맞춤형 소비가 가능해지고 고구마 가공에도 활용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올해 안으로 농업기술포털 ‘농사로’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 농가와 산업체, 소비자 모두가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하태정 농촌진흥청 품질관리평가과장은 “이번 맛 지도 설정으로 객관적인 평가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군고구마나 말랭이, 앙금 등으로 평가 품목을 확대해 고품질 고구마 시장을 선도하고 농가와 경영체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