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도 키우기 어려워하는 '한국인이 세 번째로 많이 먹는 생선’

2025-10-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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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너무 친숙한 이 물고기가 품은 뜻밖의 이야기들

갈치는 수직 운동을 하는 물고기다.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갈치는 수직 운동을 하는 물고기다.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바닷속에서 수직으로 서서 먹이를 낚아채는 은빛 칼날들. 밤바다를 헤엄치는 이들의 정체는 한국인이 고등어, 오징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생선 '갈치'다.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이 27일 공개한 '갈치 맛있었나요? 그럼 이 영상 꼭 보세요... 갈치에 대한 의외로 아주 놀라운 이야기들'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갈치의 흥미로운 특징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농어목 갈치과에 속하는 갈치는 길고 반짝이는 생김새가 칼 모양을 닮았다 해서 원래 '칼치'로 불렸다. 현재도 칼치라는 방언이 널리 사용된다. 일본에서도 검을 닮았다 해서 '타치우오(칼고기)'라고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커틀러스 피시(Cutlass Fish)' 또는 '벨트 피시(Belt Fish)'로 불린다. 길쭉한 갈치들을 늘어놓으면 벨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갈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갈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갈치의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수직 운동을 한다는 점이다. 야행성인 갈치는 낮에는 깊은 바다에서 쉬다가 밤이 되면 수면 가까이 올라와 먹이 활동을 한다. 이때 수직으로 선 채로 수면 근처의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은 칼날들이 서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갈치떼가 한 자리에서 먹이를 낚아채는 광경은 매우 특이한 모습이다.

갈치의 눈부신 은빛 색깔에도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다. 갈치의 세밀한 비늘들이 갖고 있는 구아닌이라는 색소는 화장품 원료로 활용된다. 립스틱의 반짝이는 펄이 바로 이 성분을 이용한 것이다. 많이 섭취하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지만, 신선할 때 소량을 섭취하거나 익혀서 먹으면 문제가 없다.

갈치는 매우 공격적인 육식성 어종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보면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강력한 이빨로 먹잇감을 잘게 끊어 먹는다. 실제로 큰 갈치의 뱃속에서 자신보다 작은 갈치가 토막난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

갈치 회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갈치 회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대형 갈치는 몸길이가 2m를 넘고 무게도 5~6kg 이상 나간다. 이런 대형 갈치들은 실제로 보면 상당한 위압감을 안긴다. 전남 여수의 한 갈치 전문점에서 전시하고 있는 갈치 박제는 몸길이 197cm, 무게 5.8kg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치는 독특한 크기 측정법을 사용한다. 다른 생선들이 몸길이를 기준으로 '자' 단위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갈치는 몸통이 손가락 몇 개만큼의 너비인지를 나타내는 '지' 단위를 사용한다. 손가락 세 개 너비면 3지, 다섯 개 너비면 5지 식으로 몸 길이가 아닌 몸 너비로 등급을 구분하는 것이다. 숫자가 클수록 가격도 비싸진다. 5지 이상 큰 갈치 한 마리는 일반 갈치 한 박스보다도 비싸다. 다만 사람에 따라 차이가 크므로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무게를 재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값싸고 흔한 생선이었던 갈치가 현재는 고가 생선이 됐다. 성어와 치어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른 생선들과 달리 갈치는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난류성 어종이어서 수온 상승은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다. 따라서 갈치 개체수 감소의 주원인은 남획으로 분석된다.

갈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갈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

과거에는 멸치 크기의 작은 새끼들도 '풀치'라 해서 건어물로 많이 가공됐다. 주로 멸치처럼 볶아서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활용했는데, 2021년부터 금어 체장 제도가 시행되면서 18cm 미만의 새끼는 포획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과거 서민들이 즐겨 먹던 자잘한 풀치는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됐다. 다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몰래 포획해 사료용으로 판매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갈치 가격이 크게 오르자 세네갈,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에서 수입되는 저렴한 수입산 갈치가 대량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한때 국산으로 둔갑해서 고가에 판매되는 사례가 빈발한다는 점이다. 수입 갈치는 난대성 갈치로 국산 갈치와는 아예 다른 종이다. 구분법은 간단하다. 눈을 보면 된다. 눈이 노란색을 띠는 것이 난대성 갈치의 특징이다. 지느러미도 노란 빛깔을 띠지만 눈만 확인해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수입 갈치라고 해서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통 과정이 길고 냉동 보관을 거치는 탓에 상태가 들쭉날쭉하지만 상태가 좋은 것은 충분히 맛있다. 가성비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채널이 27일 공개한 '갈치 맛있었나요? 그럼 이 영상 꼭 보세요... 갈치에 대한 의외로 아주 놀라운 이야기들'이란 제목의 영상.

국산 갈치는 어획 방식에 따라 먹갈치와 은갈치로 구분된다. 먹갈치는 그물을 이용해 잡은 갈치로 그물에 쓸려 비늘이 많이 손상되면서 외형이 검게 변한다. 목포가 먹갈치로 유명하다. 반면 은갈치는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낸 갈치로, 비늘이 떨어지지 않아 외관이 깔끔하다. 제주도가 은갈치 산지로 유명하다.

신선도가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깨끗한 외관 때문에 은갈치가 선물용으로 선호되며 가격도 먹갈치보다 비싸다. 먹갈치는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일부에서는 먹갈치의 맛이 더 좋다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는 낚시와 그물 조업이 각각 다른 위치와 수심에서 이뤄지는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살아있는 갈치는 낚싯배를 타지 않는 한 보기 어렵다. 성격이 급해 포획되면 금세 죽어버린다. 활어를 수조에 넣어도 협소한 공간을 견디지 못해 곧 죽는다. 대형 아쿠아리움에서도 갈치를 오래 사육하기 어려워한다. 따라서 신선한 갈치회는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갈치회는 주산지인 남해안과 제주도 지역에서 주로 즐겨 먹는다. 늘씬하고 담백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신선한 갈치 회는 상당히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낸다.

제주도의 대표 음식인 통갈치구이는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운 요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제주도 현지에서는 시장 등에서 생물을 직접 구입해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온누리상품권 등을 활용하면 전문점보다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새벽 노량진시장이나 가락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큰 갈치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살을 발라내기 쉬울 뿐만 아니라 맛도 뛰어나다. 작은 갈치는 살을 발라내는 것이 번거롭고 상당한 손이 간다. 작은 갈치는 굽기보다는 바싹 튀겨서 뼈째 먹는 방법도 있다.

제주도 향토음식에 갈칫국 있다. 호박을 넣고 끓인 담백한 국물 요리다. 외지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신선도가 떨어진 갈치는 비린내가 많아 국물 요리로 활용하기 어렵다.

갈치 요리에선 조림을 빼놓을 수 없다. 남부지역에서는 호박이나 고구마순을 넣고 자작하게 조려 먹기도 한다.

갈치 창자로 담근 갈치속젓은 생각보다 비리지 않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고깃집에서도 자주 제공하고 있다. 미역이나 다시마에 갈치속젓을 올려 쌈을 싸 먹으면 일품이다.

갈치를 작게 토막내 김치에 넣어 담그는 갈치김치도 있다. 김치가 익으면서 갈치가 삭으면 뼈째 먹을 수 있다.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갈치를 말려서 먹는 방법도 있다. 전북 무안 등지에서는 말린 갈치를 '풀치'라고 부른다. 쭉 늘어진 모습이 풀잎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과거 어부들이 크고 상품성 좋은 갈치는 판매하고, 남은 작은 것들을 염장해서 말려 가정에서 소비하던 전통에서 유래했다.

풀치는 주로 조림 등의 반찬으로 활용하는데, 생물과는 다른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이 별미로 통한다. 다만 작은 갈치를 사용하는 전통이 이어져 살이 적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인들도 갈치를 매우 선호한다. 연중 갈치를 즐겨 먹는 일본은 한국 못지않게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했다. 속살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튀김으로 많이 먹고, 구이는 소금뿐만 아니라 간장이나 된장을 발라 굽기도 한다.

회나 초밥으로도 즐겨 먹는다. 날것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겉면을 살짝 구워 지방을 끌어올린 방식이 인기다. 곱게 다져서 된장에 버무려 밥반찬으로 하거나, 우리와 마찬가지로 말려서 먹기도 한다. 일본의 건조 갈치는 소금, 미림 등 다양한 양념을 첨가한 여러 종류가 시판되고 있다.

갈치의 제철은 가을이다. 갈치는 따뜻한 봄부터 여름에 걸쳐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 후에는 월동 준비를 위해 활발히 먹이 활동을 하며 지방을 축적한 뒤 따뜻한 남쪽 바다로 이동한다. 몸을 불리고 이동을 시작한 갈치들이 가을철 남해안을 지나면서 대량 포획된다. 이 시기가 바로 살이 가장 오른 갈치의 제철이며, 낚시꾼들에게는 갈치 낚시의 최적기이기도 하다.

개체수는 감소했지만 아직 낚시 대상어로는 충분한 수준이다. 갈치 낚시로 유명한 지역은 목포, 여수 등 남해안 지역이다. 특히 여수 앞바다의 거문도가 갈치 낚시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출조로 상당량을 잡을 수 있는 까닭에 갈치 낚시는 낚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선호한다. 갈치 낚시 시즌은 겨울까지 이어지지만, 크기와 마릿수가 모두 좋은 최적기는 9~11월 가을 시즌이다.

갈치 낚시는 주로 배를 타고 나가 선상에서 이뤄지지만, 여름철에는 일부 연안 방파제에서도 밤낚시로 가능하다. 다만 이때는 크기가 작은 편이다.

갈치는 개체 보호를 위해 7월 한 달간 금어기로 지정돼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5월로 변경될 예정이다. 하지만 채낚과 연승어업은 제외되는 등 예외 조항이 많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남해 지역에서는 낚싯배도 실질적으로 금어기 적용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농어목 갈치과 어종은 갈치를 포함해 분장어, 동동갈치, 붕동갈치 총 네 종이다. 이 중 동동갈치와 붕동갈치는 꼬리지느러미가 갈라져 있어 갈치와 쉽게 구분된다. 분장어는 갈치와 가장 유사하지만 어획량이 매우 적어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간혹 연안에 밀려와 화제가 되는 산갈치는 이름과 외형의 유사성 때문에 갈치 종류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뱀장어목 산갈치과로 갈치와는 전혀 다른 분류에 속한다. 산갈치는 바다와 산을 오르내리며 산다는 전설을 가진 심해어다. 일본에서는 용궁의 사자나 자연재해의 전조로 여겨지기도 한다. 희귀한 심해어인 데다 특이한 생김새와 거대한 크기로 인해 옛날부터 많은 전설을 낳았지만 갈치와는 무관하다. 식용으로도 부적합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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