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목격된다…한국 갯벌에서 100여 마리만 머무는 의외의 '멸종위기 동물'
2025-10-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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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리도 채 안되는 생존 개체
10월 '이달의 새' 선정
한국에서 매년 500여 마리만 목격되고 월동하는 개체 수는 100여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보기 힘든 멸종위기 새가 있다.

바로 개리이다.
이 귀한 겨울 철새는 그 이름이 대중적으로 낯설어 가수 이름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개리는 현재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거위의 야생 조상이다. 아주 오랜 과거, 아시아 지역에서 야생 개리가 가금화된 것이 오늘날의 거위다.
개리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0월의 '이달의 새'로 개리를 선정해 이 중요한 새를 알렸다.

개리는 몸길이가 약 80cm 내외인 대형 기러기류이다. 긴 목이 특징이며 머리에서 뒷목까지는 암갈색을 띠고 검은 부리 기부 아래쪽에는 뚜렷한 흰색 띠가 있어 다른 기러기들과 구별된다. 다리는 주황색이다. 이들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25-1호로 지정된 법적 보호종이다.
국제적인 보존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 생존 개체수는 최대 10만 마리 이하로 추정된다. 이들은 번식지인 러시아 극동, 몽골 등지에서 출발해 이동하는 동안 남획(불법 포획)의 위협에 노출돼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위기종으로 분류된다.
개리의 주 번식지는 북방이며, 한국은 따뜻한 월동지(중국 양쯔강 유역 등)로 향하는 길목인 중간 기착지이거나 소수가 겨울을 나는 월동지이다.
최근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에 일시적으로 도래하는 개체(잠시 들르거나 월동하는 총 개체)는 최대 500여 마리로 추정될 뿐이다. 이들은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 관찰된다. 이 중 한국에 남아서 겨울을 보내는 월동 개체는 100여 마리 내외로 매우 적은 수이다.

즉 대부분의 개리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더 남쪽으로 이동하는 통과철새의 성향을 강하게 띤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개리를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은 한강-임진강 하류, 금강 하구,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 등으로 제한돼 있다.
특히 서천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개리 무리가 장거리 비행 중 에너지를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서천의 금강하구, 송림갯벌, 장구만, 유부도 등지에서 갯벌 속 뿌리 식물이나 패류 등 먹이를 찾는 개리를 만날 수 있다.
이 귀한 철새들이 한국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 보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