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사진 아니었어?... 보면서도 안 믿기는 비현실적 크기 '아파트 9층 높이'

2025-10-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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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무려 1318년... 서기 700년대 초반부터 이 땅에 있었다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에 있는 아파트 9층 높이의 은행나무. / 뉴스1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에 있는 아파트 9층 높이의 은행나무. / 뉴스1

논밭 한가운데 홀로 서서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다. 아파트 9층 높이로 하늘을 향해 뻗은 이 나무는 멀리서 보면 마치 여러 그루가 함께 서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에 자리한 이 은행나무의 나이는 1318년. 서기 700년대 초반 통일신라시대부터 자리를 지켜온 살아있는 역사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표적인 노거수다. 7개의 줄기가 하나로 합쳐진 다간 형태를 지닌 이 나무는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대장에 한 그루로 기록돼 있다. 나무의 높이는 32m, 둘레는 16.27m에 달한다.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는 14.47m이며, 가지는 동서로 37.5m, 남북으로 31m 정도로 넓게 펼쳐져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에는 오랜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마을에 많이 살았던 성주 이씨 가문의 한 사람이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또 다른 전설에서는 아주 오랜 옛날 어떤 대사가 이곳을 지나가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신 후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갔는데, 그 지팡이가 자라 지금의 큰 나무가 됐다고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안에 커다란 흰 뱀이 살고 있어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겼다. 가을에 이 나무에 단풍이 일시에 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는 믿음도 있었다.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에 있는 아파트 9층 높이의 은행나무. / 뉴스1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에 있는 아파트 9층 높이의 은행나무. / 뉴스1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릴 만큼 오래된 수종이다. 한반도에는 중국에서 유교와 불교가 전해질 때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 살아온 노거수로서 생물학적 가치가 높고, 신목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민속 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반계리 은행나무의 수령은 국립산림과학원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노거수의 수령 조사는 일반적으로 나무에서 목편을 추출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생육 중인 천연기념물에서 직접 목편을 추출하기 어렵기에 국립산림과학원은 수령 추정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라이다 스캔 조사를 활용한 디지털 생장 정보를 이용했다. 라이다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해 나무의 3차원 형태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으로, 비접촉 방식으로 나무를 보호하면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반계리 은행나무는 수많은 역사적 격변을 지켜봤다.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쟁과 기근, 자연재해를 견뎌내며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산증인이다. 논밭 한가운데 홀로 우뚝 선 모습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장관을 이룬다.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은 반계리 은행나무의 매력이다. 봄에는 연두색 새잎이 돋아나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을이면 황금빛 은행잎이 나무 전체를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가 하늘을 향해 뻗은 모습이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특히 가을철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인 모습은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다.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에 있는 아파트 9층 높이의 은행나무. / 뉴스1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에 있는 아파트 9층 높이의 은행나무. / 뉴스1

반계리 은행나무를 둘러싼 환경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원주시청이 지난해 은행나무 전방 20~30m 지점에 4층 규모의 근린시설 건축물 허가를 내주면서 경관 훼손 논란이 일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학술적이나 역사적 가치보다 논밭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경관성에서 뛰어난 가치를 지닌 나무인데, 주변에 건축물이 들어서면 그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반계리 은행나무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엔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것이 랜드마크죠. 정말 멋있네요", "영상으로 봐도 멋진데 실제는 얼마나 아름다울지" 등 나무의 웅장함에 감탄하는 댓글이 많다. 한 네티즌은 "원주 가면 시간 내서 꼭 들르는 곳“이라며 ”사람 너무 몰릴까 걱정"이라고 적었다. 모습이 워낙 압도적인 까닭에 CG로 그린 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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