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75만명 업무용 개인자료 싹 날아갔다... 복구도 불가능

2025-10-01 16:38

add remove print link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공공업무 차질 현실화

중앙부처 공무원 75만명의 업무용 개인자료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자료 저장소인 'G드라이브'가 전소되면서 이들이 개별적으로 저장해둔 업무자료가 모두 소실됐다.

9월 29일 오전 광주 동구 지산1동 행정복지센터 창구에서 한 공무원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인한 민원 업무 일부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 뉴스1
9월 29일 오전 광주 동구 지산1동 행정복지센터 창구에서 한 공무원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인한 민원 업무 일부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 뉴스1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달 26일 국정자원 대전본원 5층 7-1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이 전산실에는 주요 1·2등급 정보시스템 96개가 있었는데 이번 화재로 모두 불에 탔다.

전소된 시스템 중에는 공무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자료 저장소인 G드라이브도 포함돼 있었다.

G드라이브는 중앙부처 공무원 등이 직무상 생산하거나 취득한 업무자료를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말한다. 공무원들의 정책·업무 자료를 업무용 PC 대신 클라우드에 체계적으로 저장하는 정부 클라우드 서비스다.

행안부는 2018년 'G드라이브 이용지침'을 마련해 '생산·관리되는 모든 업무자료는 PC에 저장하지 말고, G드라이브에 저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해왔다. 이른바 'PC 저장 금지, G드라이브 저장 원칙'이 적용돼 온 것이다.

G드라이브는 대용량·저성능 스토리지로 외부 백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대용량·저성능 스토리지 구조 특성상 외부 백업이 어렵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 일부 사용이 중단된 9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당직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해 민원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 / 뉴스1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 일부 사용이 중단된 9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당직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해 민원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 / 뉴스1

이번 시스템 전소로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약 75만명의 국가직 공무원의 업무용 개인 자료가 모두 사라지게 됐다. 공무원 개인에게 약 30기가바이트(GB)의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드라이브는 중앙부처별로 사용 편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별 사용 의존도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사무실 무단침입 사건을 겪었던 인사혁신처의 경우 보안 강화를 위해 모든 업무용 개인자료를 G드라이브에만 저장하도록 해와 이번 화재사태에 따른 자료 소실 피해가 큰 상황이다.

인사처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G드라이브 내 인사처 모든 업무자료 소실이 예상된다며, 행안부 예규(정부 클라우드 이용지침)에 따라 전 직원이 모든 업무자료를 G드라이브에만 저장·활용하고 있어 전 부서 업무수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사처는 최근 1개월 이내 개별 공무원의 업무용 PC 내 파일 복구를 하고, 이메일이나 공문, 인쇄물 등을 통해 업무자료 확보에 나섰다.

반면 국무조정실은 인사처와 달리 G드라이브 사용비중이 낮아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기관 특성에 따라 G드라이브 사용정도가 다른 것으로 안다"면서 "자료 소실에 따라 업무를 볼 때 불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신규 데이터를 즉시 백업하지 않아 영구 소실된 곳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그렇게 보여진다"고 답했다.

행안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국정자원이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은 특정 장비의 오류 가능성에 대비해 같은 센터 내 다른 장비에 매일 백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센터 자체가 피해를 볼 경우에 대비해 물리적 공간을 멀리 분리한 별도의 전용 백업센터에 데이터 백업(소산)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전체 정보시스템 중 60% 이상의 주요 시스템 데이터는 매일 온라인 방식으로 백업을 하며, 대다수의 시스템 데이터는 매 월말 오프라인 백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G드라이브는 대용량·저성능 스토리지라 외부 백업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행안부는 "대다수 시스템은 매일 온라인 백업이 이뤄지며, 일부는 별도의 백업센터에도 복제되지만, G드라이브는 예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화재로 인해 G드라이브 시스템이 전소된 데 이어 별도 백업 데이터도 모두 소실돼,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행안부는 향후 백업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업무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