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위기 속 공공기관장 외유성 출장 논란

2025-10-03 16:18

add remove print link

비상시국에 뉴질랜드·호주·유럽 등 잇따른 출장
“공공기관장 책무, 시기·목적에 걸맞는 성찰 필요”

국가적 위기 속 공공기관장 외유성 출장 논란. 백승아 의원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국가적 위기 속 공공기관장 외유성 출장 논란. 백승아 의원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불안정이라는 이중고 속에 힘겹게 생활하던 시기, 일부 공공기관장들의 해외출장 행태가 논란을 낳고 있다. 출장 목적이 ‘업무협력’이나 ‘사례조사’로 명시돼 있지만, 일정과 성과를 놓고 보면 외유성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보육진흥원 조용남 원장은 취임 3개월 뒤인 올해 3월, 5박 7일 일정으로 뉴질랜드와 호주를 방문했다. 영유아 교육·보육 정책 우수사례 조사가 출장 목적이었으나, 일정 중 일부는 현지 교민 보육교사와 짧은 면담에 그치거나 하루 전체 일정이 비어 있어 사실상 취임을 기념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기관장들의 출장은 조기 대선을 앞둔 5월에 집중됐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송하중 이사장은 미국 투자자 총회에, 한국장학재단 배병일 이사장은 일본 학자금 상환제도 발굴을 위해 일본에 다녀왔다. 한국고전번역원 김언종 원장은 중국 학술 교류 협약 체결, 한국연구재단 홍원화 이사장은 사우디 국제행사 참석을 이유로 각각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

이외에도 한국교직원공제회 정갑윤 이사장은 싱가포르·네덜란드·영국을 연이어 방문하며 ‘호텔 부지 재개발 벤치마킹’을 진행했고, 동북아역사재단 박지향 이사장은 영국·일본·중국을 세 차례 다녀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낙년 원장 역시 유럽 학회 참석을 이유로 영국과 헝가리를 방문했지만, 보고서에는 학회 운영상 세부적 개선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장의 해외출장이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기와 목적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진행된 이번 출장들이 업무적 성과보다 ‘출장 그 자체’에 무게가 실렸다는 인상을 주면서 공공기관 운영의 책임성과 책무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국민이 어려움에 직면한 시기에 공공기관장은 더 무거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업무 효율을 위한 해외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 목적과 성과를 명확히 공개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시기와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번 논란은 공공기관장들의 책무성과 도덕적 기준을 다시 점검할 계기가 되어야 한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