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임대인, 9억 전세금 돌려주지 않아도 처벌 어려워”

2025-10-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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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방지법의 사각지대, ‘미성년 임대인’ 제도 허점 드러나

“10세 임대인, 9억 전세금 돌려주지 않아도 처벌 어려워”. 박용갑 의원 / Ai 생성 이미지
“10세 임대인, 9억 전세금 돌려주지 않아도 처벌 어려워”. 박용갑 의원 / Ai 생성 이미지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미성년자 임대인’이 새로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모 명의 대신 자녀 이름으로 주택을 임대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드러나면서, 법과 제도의 근본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성년 임대인과 관련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7억 원에서 34억 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전북 지역의 한 8세 아동은 9억 원대 주택 7호를 임대하고도, 2건(2억 9600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HUG는 현행 제도상 미성년 임대인의 부모 등 법정대리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전세보증 가입 시 법정대리인이 연대보증인으로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보증금이 회수되지 못한 채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상습채무불이행자 명단’에는 올해까지 내국인 1,612명이 포함됐지만 미성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성년 임대인이 법적 제재 없이 반복적으로 전세보증 사고를 내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용갑 의원은 “미성년 임대인의 법정대리인이 실질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재산을 관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현행 구조는 제도적 허점이자 도덕적 해이”라며 “정부가 법정대리인에게 연대 책임을 부과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단독 부동산 소유나 임대계약이 불가능하며, 부모가 대리할 경우 반드시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독일 역시 민법(BGB) 제107조에 따라 미성년자의 재산 처분 행위는 후견법원의 사전 허가가 없으면 무효로 간주된다.
이 같은 장치는 법정대리인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미성년자의 명의가 악용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미성년자 임대사업자 등록은 금지했지만, 이미 부동산을 소유한 미성년자의 임대차 계약은 여전히 가능하다. 즉, 계약의 효력은 인정되지만 책임은 제한되는 ‘법적 공백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다.

“10세 임대인, 9억 전세금 돌려주지 않아도 처벌 어려워”. 박용갑 의원 / 의원실 제공
“10세 임대인, 9억 전세금 돌려주지 않아도 처벌 어려워”. 박용갑 의원 / 의원실 제공

박용갑 의원은 “부모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미성년자 명의가 악용되는 현실은 국민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며 “정부는 미성년 임대인의 법정대리인에게 책임을 명확히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제도가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법의 보호망이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미성년자 이름 뒤에 숨어버린 ‘어른들의 책임’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는 반복될 것이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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