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부터 배터리까지… 내년 등장할 '페라리 전기차' 핵심 기술 공개돼

2025-10-09 20:37

add remove print link

페라리 내년 봄 공개할 100% 전기차 모델의 주요 기술 공개
880V 시스템과 122kWh 배터리 적용, 쿼드 모터로 최고 출력 1000마력 발휘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열린 ‘2025 페라리 캐피털 마켓 데이’ 현장에서 페라리가 첫 순수 전기차의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아직 완성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년 봄 공개를 앞둔 신형 전기 슈퍼카 ‘페라리 일레트리카(Ferrari Elettrica)’에 적용될 섀시 구조와 파워트레인, 배터리 시스템 등 주요 기술 사양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 배터리를 섀시로 통합한 구조 채택

페라리 일레트리카의 섀시. / 페라리
페라리 일레트리카의 섀시. / 페라리

페라리는 일트리카를 설계하며 배터리를 단순한 에너지 저장 장치가 아닌 ‘차체의 일부’로 설계했다. 배터리 팩은 섀시 내부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으며, 무게 중심을 기존 모델보다 80mm 낮췄다. 이를 통해 핸들링은 한층 정교해졌고, 주행 중 차체의 롤링을 거의 느낄 수 없게 했다는 것이 페라리의 설명이다.

페라리가 직접 설계했다는 배터리는 210개 셀로 구성된 15개 모듈로 이루어졌으며, 총 용량은 122kWh, 출력밀도는 195Wh/kg이다. 셀은 운전석 뒤편과 바닥 하부에 집중 배치돼 앞 47%, 뒤 53%의 이상적 무게 배분을 완성했다. 페라리의 특허 공정으로 제작된 얇은 알루미늄 쉘 구조는 충돌 시 에너지를 분산시키며, 냉각판이 통합된 구조 덕분에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냉각 시스템 또한 독자 설계다. 세 개의 냉각판과 복수의 내장 파이프를 통해 배터리 내부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며, 냉각수는 차량 전후부를 순환하며 인버터와 모터까지 통합 냉각한다. 배터리는 880V 고전압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최대 충전 속도 350kW의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 전기액슬과 사운드까지 ‘페라리 방식’

페라리 일트리카에 적용될 전기 파워트레인. / 페라리
페라리 일트리카에 적용될 전기 파워트레인. / 페라리

일레트리카에는 4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된다. 프런트 액슬에 2개, 리어 액슬에 2개씩 탑재된 이 모터들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완벽한 토크 벡터링을 구현한다. 전기 모터에는 F1 기술에서 파생된 '할바흐 배열 로터(Halbach array rotor)'를 적용했다. 자기장을 한쪽 방향으로 집중시켜 낭비하는 힘 없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프런트 액슬의 출력은 210kW(약 286마력), 리어 액슬은 620kW(약 843마력)에 달한다. ‘퍼포먼스 런치’ 모드에서는 총 1000마력 이상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5초, 최고 속도는 310km/h 이상이다.

페라리는 기존 엔진음을 인위적으로 흉내 내는 대신, 전기 파워트레인의 진동을 센서로 포착해 증폭하는 독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리어 액슬에 부착된 고정밀 센서가 모터의 미세한 주파수를 감지해 증폭함으로써, 운전자가 가속할 때마다 엔진 대신 전기적 진동음이 울린다. 이 소리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라 실제 부품이 내는 ‘기계적 울림’이다. 평상시엔 정숙하지만, 패들 시프트 조작 시 실시간으로 사운드가 살아난다

◆ 주행 모드와 제어 시스템

페라리 일트리카에 적용되는 배터리 모듈. / 페라리
페라리 일트리카에 적용되는 배터리 모듈. / 페라리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 양쪽에 배치된 두 개의 다이얼(마네티노·e마네티노)로 주행 성향을 설정할 수 있다. e마네티노는 에너지 제어 시스템으로, ‘레인지’, ‘투어’, ‘퍼포먼스’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레인지 모드에서는 효율을 극대화해 페라리 내부 기준 최대 53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모든 구동축이 활성화돼 최대 출력을 낸다.

핸들링 제어를 담당하는 마네티노는 ‘아이스’, ‘드라이’, ‘스포츠’, ‘웨트’, ‘ESC-OFF’로 구성된다. 특히 ‘드라이 모드’는 이번 모델에서 처음 도입된 설정으로, 웨트(Wet)와 스포츠(Sport) 사이의 일상 주행을 위해 고안됐다.

또한 페라리 고유의 ‘토크 시프트 인게이지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오른쪽 패들 조작에 따라 다섯 단계로 토크를 점진적으로 높여, 내연기관처럼 단계적인 가속감을 연출한다. 제동 시에는 반대로 왼쪽 패들을 통해 점차 강해지는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구현해 감속 과정까지 운전자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다.

◆ 사륜 독립 서스펜션과 초정밀 제어

페라리 일트리카의 서스펜션 구조. / 페라리
페라리 일트리카의 서스펜션 구조. / 페라리

일레트리카에는 3세대 48V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이 탑재됐다. 각 바퀴의 수직 하중을 초당 200회 모니터링하며, 차체의 상하·횡방향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F80 슈퍼카에 사용된 리서큘레이팅 볼 스크류 구조를 개선해 충격 흡수력을 20% 향상시켰고, 쇼크 업소버는 2kg 경량화됐다.

리어 서브프레임에는 페라리 최초로 탄성 구조(Elastomeric bush)가 적용돼 소음과 진동을 줄이면서도 강성은 유지한다. 구조적으로는 배터리·서스펜션·액슬을 하나의 통합 하중 구조로 묶어 강성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리어 서스펜션 시스템은 소음 감소와 역동성을 동시에 달성했다.

◆ 전기차도 페라리답게­…

페라리 일트리카의 섀시. / 페라리
페라리 일트리카의 섀시. / 페라리

페라리는 일레트리카의 모든 전기 부품을 직접 설계·조립했다. 주조 공정 역시 마라넬로의 자체 주조 공장에서 진행되며, 재활용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기계적 강도는 유지하면서 CO₂ 배출을 90% 절감했다. 전기차에서도 장인 정신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페라리의 이번 발표는 브랜드가 향후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를 아우르는 ‘멀티 에너지 전략’의 이정표다. 회사는 “기술적 완성도가 확보됐을 때만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내부 원칙 아래, 15년에 걸친 전동화 연구의 결과를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60개 이상의 독자 기술 특허를 확보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할 페라리 일레트리카는 2026년 초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를 선보인 후, 봄에 양산형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 더 많은 자동차 관련 소식은 모빌리티 전문 매체 '카앤모어'에서 확인하세요.

home 권혁재 기자 mobomtaxi@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