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한 달 매달렸는데 단 18시간 만에... 제주 바다에서 벌어질 혁명
2025-10-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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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 한 달 매달렸는데… 이것은 단 18시간 만에 해냈다

푸른 바닷속 얕은 수심 아래 잘피 군락이 햇살을 받으며 부드럽게 흔들린다. 해양 생물들이 이곳을 쉼터 삼아 머물고 어린 물고기들은 이 사이를 누비며 자란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빠르게 사라지는 잘피를 되살리기 위한 혁신 기술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KCTV제주방송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잘피 이식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수중드론 기술이 개발돼 제주 해역에 적용될 예정이다.
바다 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잘피는 '해양의 숲'으로 불릴 만큼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인정한 블루카본으로, 탄소 저장 능력이 열대우림보다 최대 5배 높다. 1000㎡당 연간 300~500톤의 탄소를 흡수해 자동차 150여 대가 배출하는 탄소량을 상쇄할 수 있다.
잘피는 해조류와 달리 육상식물이 바다로 돌아간 것이다. 뿌리와 줄기, 잎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고등식물이다. 잎과 땅속줄기, 관다발 조직이 잘 발달돼 있으며 꽃이 피는 현화식물이다. 전 세계 연안에 5과 13속 6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총 9종이 서식하며, 가장 널리 분포하는 종은 거머리말이다.
다양한 해양생물의 산란 및 서식지를 제공하고, 광합성 작용을 통해 해양생물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생산하여 공급한다. 또한 부영양물질을 걸러내는 등 적조 예방과 수질오염 정화 역할도 한다. 이처럼 연안과 하구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수산경제학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해양 오염으로 잘피 군락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다 밑바닥이 하얗게 변하는 '바다 사막화'로 인해 잘피 숲도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잘피 숲의 50% 이상이 파괴됐고, 한국의 대표 잘피 서식지 경남 사천시~남해군 앞바다 잘피 군락지는 면적 40% 감소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한 인공 이식 사업이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잘피 이식은 수온이 5도 안팎일 때 가장 효과적인데, 최적의 이식 시기는 가을 및 겨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추운 계절에 작업이 집중된다.
다이버들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씨앗을 심는 방식은 저체온 위험과 체력적 부담이 커 하루 작업량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3명의 다이버가 1헥타르를 이식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게다가 겨울철 해상 작업은 기상 악화로 인한 작업 중단이 잦고, 낮은 수온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잠수사들의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스타트업이 수중드론과 저온발아 캡슐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이식 기술을 개발했다. 드론을 통해 씨앗을 빠르게 이식하면서 계절적 제약을 극복했고, 발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로 인해 낮았던 발아 성공률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김대범 스타트업 대표는 KCTV제주방송 인터뷰에서 "잘피를 심을 수 있는 시간은 수온 때문에 한정돼 있다"며 "저희가 생각하는 이 시스템은 2초에 1미터씩 전진을 하게 된다. 약 18시간이면 1헥타르를 만들 수 있는 그 정도 속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작업 속도는 약 40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또한 계절에 관계없이 작업이 가능해 연간 복원 가능 면적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수중드론을 활용하면 잠수사의 안전 문제도 해결되고, 정밀한 간격으로 씨앗을 배치할 수 있어 발아율과 생존율 향상도 기대된다.
새로운 기술을 앞세운 잘피 파종을 통한 수중 생태계 복원 작업은 제주시 한림과 오조리 해상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한림 해역은 과거 잘피 군락이 풍부했으나 최근 급격히 감소한 곳이고, 오조리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복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국 연안의 잘피 복원 사업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동해안과 남해안의 훼손된 잘피 서식지 복원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진보가 바다를 되살리는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잘피 군락이 다시 바다를 채우고 해양 생물들이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을지 실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