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 수백 발 쏘면서 동물 학대한 해병, 버젓이 '분대장' 임명

2025-10-1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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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도덕성, 어디로 갔나?
반려견 학대 해병대원, 감찰의 공백

경남 거제에서 반려견을 향해 비비탄총을 난사해 사회적 공분을 샀던 해병대원들이 전역을 앞두고 아무런 징계 없이 정상 복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더팩트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오히려 최근 분대장으로 임명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군의 도덕적 책임과 징계 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반려견에 비비탄 수백 발…한 마리는 결국 숨져

지난 6월 8일, 경남 거제의 한 식당 마당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휴가 중이던 해병대 소속 A 씨와 B 씨가 목줄에 묶여 있던 반려견들에게 비비탄총을 수차례 발사했다. 피해견 4마리 중 한 마리는 결국 숨졌고, 나머지 세 마리는 안구 적출과 출혈, 파행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이들은 “이마 쏴, 또 까불어봐” 등의 폭언을 하며 잔혹한 행위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해병대수사단은 A 씨와 B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사망한 반려견 ‘솜솜이’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직접 사격한 증거가 부족하고 사망 원인이 림프종으로 추정된다는 진료기록이 제시돼 불기소 의견으로 처리됐다.

◆ 수사 중인데 “정상 복무”…오히려 분대장 임명

사건 발생 넉 달이 지난 지금, 두 해병대원은 여전히 소속 부대에서 정상 복무 중이다. 해병대수사단은 “관련자들에 대해 법령에 따라 추후 수사 결과를 고려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인사나 징계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A 씨는 지난 2일 분대장으로 임명됐다. 분대장은 부대 내 질서 유지와 병영 규율 확립을 담당하는 직책으로, 보통 모범적인 병사에게 주어지는 자리다. 이에 군 내부에서는 “수사 중인 병사를 지휘직에 올린 것은 징계권자의 판단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현재 두 병사는 구속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병역법상 전역이 제한되지 않는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처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A 씨의 전역일은 약 40일, B 씨는 130일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 국회 “명백한 범행, 신속한 징계 필요”

국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기소가 돼야만 징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죄질이 중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면 군 스스로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특히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에게 지휘자의 자격을 부여한 것은 사실상 그 행위를 용인한 것과 다름없다”며 “동물 학대 사건은 생명 경시 풍조와 직결되는 만큼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반복되는 군 내 동물학대…징계의 사각지대

이번 사건은 군 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징계의 사각지대’ 문제를 다시금 드러냈다. 군인 신분으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복무를 이어가거나 승진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군 내부 사건의 특성상 외부 감시가 어려워, 징계가 미뤄지거나 경미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군의 폐쇄적 구조가 범죄에 대한 내부 통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군 법무 체계상 구속이나 기소가 확정되지 않으면 인사 조치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구조적인 한계로 꼽힌다.

◆ “군의 명예와 국민 신뢰 회복이 먼저”

사건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군인이 생명을 장난감 취급했다”, “이런 사람이 지휘직이라니 군의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단체들은 해병대 본부 앞에서 항의 서한을 전달하며 신속한 징계를 촉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조치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군의 명예는 징계의 엄정함에서 비롯된다”며 “군이 스스로 윤리 기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동물 학대가 아닌, 군의 기강과 책임 의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민은 ‘정의로운 군대’를 기대한다. 그 첫걸음은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일이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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