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3500억 달러 선불 요구, 이해는 받았지만…트럼프 수용 미지수”

2025-10-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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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장관 만나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 해칠 수 있다” 우려 전달

한미 무역 협상 막판 조율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와 관련해 여전히 현금성 조기 선납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오른쪽),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 / 뉴스1, 기재부 제공
구윤철 부총리(오른쪽),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왼쪽) / 뉴스1, 기재부 제공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성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미국이 3500억 달러를 조기에 선불(up front)로 지급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실무 라인은 한국이 전액 선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정을 수용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동을 갖고 한국 정부 입장을 상세히 전달했다. 그는 “외환 사정상 한국이 한꺼번에 선불로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베선트 장관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의 우려를 행정부 내 다른 부처, 특히 통상 협상 주체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베선트 장관은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대규모 투자와 외환시장 안정성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3,500억 달러 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외환시장 충격의 정도가 달라진다”며 “전액 선불 지급은 외환 안정성에 큰 위험 요인이 되지만, 한국의 입장이 반영돼 지급 구조가 조정된다면 우리가 보완해야 할 사항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협상 결과에 따라 외환시장 리스크가 증폭될 수도, 최소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특파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기재부 제공. 뉴스1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특파원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기재부 제공. 뉴스1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10년 분할 지급’이나 ‘원화 조달’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최근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 측에 미국산 대두 구매 확대를 요구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현재 협상 중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요구하는 선불 투자 방식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이 한국 외환시장 안정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언급한 만큼, 미국 내부에서 선불 요구를 완화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될지에 따라 한국 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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