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게 지도 던지며 욕설까지 뱉어
2025-10-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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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요구 수용하라” 거칠게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욕설을 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거칠게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내건 전쟁 종식 조건을 수용하라고 거칠게 강압했다.
회담에 접근권을 갖는 소식통은 "양국 정상 간 회담은 여러 차례 고성이 이어지는 '언쟁'으로 번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내내 거친 욕설을 여러 번 내뱉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들은 주장들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내던지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 유럽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들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말하며 '합의하지 않으면 파괴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원한다면 그는 당신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파괴될 것이라고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여러 번 욕설을 쓴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돈바스 지역 전체 양도’를 주장했다.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제시한 조건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면 남부 최전선의 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일부 지역을 반환하겠다고 제안했다.
회담 후반부에는 우크라이나 측의 거듭된 설득 끝에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꿨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현재의 전선을 동결하는 것으로 태도를 되돌렸다. 한 지인은 "회담은 현재의 적대 지역에서 '합의하는 방식'이라는 결정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FT는 이번 회담에 대해 평가하며 "이 험악한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문제를 얼마나 즉흥적이고 변덕스럽게 다루는지, 푸틴 대통령의 '극단주의적 요구'에 얼마나 쉽게 동조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중재한 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성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투 능력 강화를 위해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백악관에 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회담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식에 자신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결국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고, 이미 일부 지역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의 영토 확보에 대한 사실상의 용인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직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돈바스를 양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의 일부 지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며, 이를 포기할 경우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이 러시아의 추가 공격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 "직설적인 대화"였다고 표현했으나, 그 결과가 "전쟁을 끝내는 데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