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총영사·경찰 요직 등 김건희 여사 쪽으로 오간 인사 청탁 정황 포착한 특검
2025-11-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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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권력 뒤편 비밀스러운 채용 네트워크 집중 조사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각종 인사 청탁을 받은 정황이 특별검사 수사에서 연이어 드러나면서, 그가 윤석열 정부 초반 공직 임용 과정에 사실상 개입했는지 여부가 핵심 조사 대상으로 부상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9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공판 과정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20대 대선 직후 대통령실 채용을 청탁한 증거를 공개했다.
제출된 명단에는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네트워크본부 소속 8명의 이름과 희망 직책이 기재돼 있었다. 이 중 2명은 실제 대통령실에 임용됐으며 인사비서관 자리를 원했던 인물은 비록 대통령실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같은 해 9월 총영사로 발령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인사 명단이 김 여사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주목하며 그가 채용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 여사는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인사권이 전혀 없지만, 만약 인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위법 소지가 커진다.
특검팀은 또 다른 청탁 정황도 확보한 상태다. 지난 7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의 요양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경찰 인사 문건에는 총경 2명과 경정 2명의 이력과 함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요직을 맡으면 잘 수행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29일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개입),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 및 통일교 관련 청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서희건설, 김상민 전 부장검사,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 다양한 인사청탁 정황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선물하며 맏사위 박성근 변호사에게 공직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는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선물이 전달된 약 3개월 뒤인 2022년 6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1억 4000만원에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4·10 총선 공천을 청탁한 혐의로 지난달 2일 구속기소 됐다. 이어 특검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김 여사 측에 금거북이 등을 건네며 인사 청탁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인사 개입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까지 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뇌물수수나 직권남용죄는 공직자만이 적용 대상이며 민간인 신분인 김 여사에게는 직접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해당 청탁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는지 여부가 수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팀은 이달 안에 김 여사를 다시 소환 조사한 뒤 그동안 대면조사를 거부해 왔던 윤 전 대통령까지 조사할 계획이지만,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