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부터 빨래까지 집안일 대신 하는 로봇... 가격도 믿기지 않을 정도

2025-11-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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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부터 집까지... 사람 대신 일하는 휴머노이드가 온다
가격도 대중화돼... 2900만원에 '평생 가사도우미' 고용?

1X 테크놀로지스의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NEO).  키가 168cm인 설거지, 빨래, 조명 끄기 같은 일상적인 집안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가격이 2만달러(약 2890만원)다. /     1X 테크놀로지스
1X 테크놀로지스의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NEO). 키가 168cm인 설거지, 빨래, 조명 끄기 같은 일상적인 집안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가격이 2만달러(약 2890만원)다. / 1X 테크놀로지스

지난 7월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5900달러(약 850만원)짜리 휴머노이드 로봇 R1을 출시하면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가격대다. 내년 초 미국 시장에는 이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강력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공장과 물류 창고에 본격적으로 배치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부터 피겨 AI의 Figure 02까지, 한때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던 인간형 로봇이 현실의 노동 현장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35년까지 3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IDTechEx는 2026~2027년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시기로 예측한다.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의 성공 사례가 입증되면서다. 올해 1000대 수준이던 출하량이 2030년에는 18만 2,000대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가격 하락이다. 지난해에는 1대당 5만~25만 달러(약 7220만~3억6000만원)였던 로봇 가격이 2025년에는 3만~15만달러(약 4300만~2억1600만원)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2만~3만 달러(약 2880만~4300만원) 선에서 판매할 계획이고, 유니트리는 이미 1만 달러(약 1400만원) 미만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중국은 올해 9개월간 610건 이상의 로봇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테슬라와 BYD, 아지봇, 애질리티 로보틱스 등은 연간 수만 대 규모의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가장 주목받는 휴머노이드다.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를 테슬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 173cm에 무게 57kg인 옵티머스는 테슬라의 전기차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배터리와 액추에이터로 작동한다. 2.3kWh 배터리를 토르소에 장착해 최적의 무게 배분을 이뤘으며, 최대 5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하다. 20~30kg의 물건을 들 수 있고, 초당 1.2m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옵티머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손이다. 옵티머스 2세대는 손 하나당 22개의 자유도를 갖춰 인간의 손 움직임에 필적하는 조작 능력을 보인다. 테슬라는 이 로봇의 움직이는 부품 중 절반이 손과 팔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손가락 안이 아닌 전완에 배치되고, 케이블과 힘줄 시스템으로 연결돼 손의 부피를 줄였다. 각 케이블에는 힘 피드백 센서가 장착돼 실시간으로 그립 강도와 압력을 조절한다. 테슬라 엔지니어들은 달걀을 깨지 않고 잡고, 나사를 조이고, 커피잔을 드는 등의 작업을 즉석에서 조절하며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연 영상에서 옵티머스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테니스공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옵티머스 3세대는 인간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실제 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AI5 하드웨어를 탑재해 연산 능력이 700~800와트로 향상되며, 이는 이전 버전의 300와트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더 스마트해질 전망이다. 몸통 내부 배선이 완전히 매끄러워지고, 카본 파이버나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첨단 소재로 더 가볍고 내구성 있게 제작될 예정이다. 머리 부분에는 감정 상태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옵티머스는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컴퓨터를 활용해 자율 능력을 구현한다. 몸 전체에 통합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공간 인식과 물체 인식을 수행하며, 복잡한 환경을 탐색하고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물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테슬라 공장에서 5000대가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외부 기업들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가격은 2만~3만 달러로 책정됐지만, 일부 보고서는 현재 생산 단가가 12만~15만 달러(약 1억7300만~2억16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 기술을 활용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일론 머스크 CEO는 옵티머스 3세대 프로토타입을 내년 1분기에 공개하고, 내년 말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5년 내 연간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상용화 시점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피겨 AI는 2022년 설립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기업 중 하나다. 현재 기업 가치가 390억 달러(약 56조3000억원)를 인정받았다.

Figure 02는 키 168cm, 무게 70kg로 20kg까지 들 수 있고 5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하다. 2.25kWh 맞춤형 배터리팩을 토르소에 장착해 이전 세대보다 50% 이상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한다. 전력 및 연산 통신을 위한 배선이 사지에 통합돼 배선이 숨겨지고 신뢰성이 높아졌으며 패키징이 더 촘촘해졌다.

피겨 AI의 휴머노이드 'Figure 02'

Figure 02의 4세대 손은 16개 자유도를 가진 인간 크기의 손으로 설계됐다. 손가락 길이가 각각 다르고 손바닥에 3개의 마디로 연결된다. 손가락 끝에는 고무 재질의 작은 돌기가 있어 그립력을 높인다. 엄지손가락은 3차원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향 엄지로, 다른 손가락 쪽으로 눌러 물건을 잡는 능력이 향상됐다. 시연 영상에서 손가락이 주먹을 쥐었다가 펴지는 동작은 실시간으로 진행됐으며, 인상적인 정교함과 속도를 보여줬다. 최대 25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어 인간에 상응하는 힘을 발휘한다. 손목은 매우 슬림한 디자인으로 볼 조인트에 연결돼 유연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Figure 02는 6개의 RGB 카메라를 통해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한다. 온보드 비전 언어 모델을 탑재해 로봇 카메라에서 빠른 상식 기반 시각 추론을 수행할 수 있다. OpenAI와 협력해 훈련한 맞춤형 AI 모델과 연결된 온보드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음성 대 음성 대화가 가능하다. CPU와 GPU의 연산 능력은 이전 세대보다 3배 향상돼 실제 환경에서 AI 작업을 완전히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문 열기, 계단 오르기, 도구 다루기 등 기존 로봇의 능력을 넘어서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피겨 AI는 BMW와 협력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탄버그 공장에서 시험 운영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첫 상용 고객에게 Figure 02를 인도하면서 매출을 발생시키는 단계에 진입했다. 회사 측은 "내년엔 많은 로봇이 고객 현장에서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3만~15만 달러(약 4300만~2억1600만 원) 사이로 추정한다. 피겨 AI는 내년 소비자 시장 진입을 목표로 Figure 03를 개발 중이며, 2만 달러(약 2880만원) 가격대를 목표로 한다.

오리건주 기반의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현재 가장 앞선 상용화 단계에 있는 휴머노이드 기업이다. 지난해 디짓 로봇으로 처음으로 유료 고객을 확보했다. 키 175cm, 무게 65kg의 디짓은 16kg의 짐을 나르며 시속 5km로 걸을 수 있다. 디짓의 독특한 점은 인간의 뒤로 꺾인 무릎처럼 보이는 다리 설계다. 이 디자인은 좁은 공간에서 기동성을 높이고 선반이나 기타 인프라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바닥에서 약 1.8m 높이까지 작업 범위를 확장한다.

디짓은 특화된 엔드 이펙터와 첨단 인식 및 조작 능력을 갖췄다. 특히 플라스틱 토트 박스 다루기에 최적화돼 있다. 라이다, 4개의 인텔 리얼센스 깊이 카메라, MEMS IMU를 포함한 다양한 센서를 장착해 환경을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팔은 각각 3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어 물체를 조작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교함을 제공한다. 디짓의 가장 인상적인 기능 중 하나는 넘어졌을 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을 위해 설계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로봇에게 중요한 능력이다.

지난 3월 애질리티는 디짓의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다. 배터리 성능이 확장돼 최대 4시간까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자율 도킹 기능이 추가돼 테슬라 충전 스테이션처럼 스스로 충전소에 도킹할 수 있다. 로봇 앞뒤에 한눈에 보이는 디스플레이가 추가돼 Wi-Fi 상태, 연결성, 배터리 잔량, 유지보수 포트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카테고리 1 정지 기능, 안전 PLC, 로봇 비상 정지 버튼, 무선 티칭 펜던트, EtherCAT을 통한 기능 안전 프로토콜 등 안전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애질리티의 '디짓'

조지아주 스팽스 시설에서 소규모 디짓 로봇 팀이 자율주행 모바일 로봇에서 토트 박스를 받아 컨베이어에 올리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애질리티 로보틱스 CEO 페기 존슨은 지난해 11월 기술 컨퍼런스에서 디짓의 시간당 요금이 30달러(약 4만3000원)이며, 고객의 투자 회수 기간이 2년 미만이라고 밝혔다. 로봇 2대가 일할 때 1대가 충전되는 2대1 비율로 운영된다. 오리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1만 대 이상이다. 존슨은 18개월 내에 디짓이 인간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능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도 디짓을 테스트했으며 애질리티 로보틱스에 투자했다.

애질리티 아크는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상업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합하고 배치한 최초의 플랫폼이다. 가장 흥미로운 새 기능 중 하나는 자율주행 모바일 로봇(AMR)과의 통합이다. 디짓은 이제 MiR, 제브라 로보틱스 같은 업계 선도 AMR 기업들과 성공적으로 통합된다. 애질리티 아크를 통해 AMR을 호출하고 배치해 물품을 패킹 스테이션 같은 다음 위치로 운반할 수 있다. 디짓은 이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GXO 배치 현장에서 AMR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파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키 127cm의 G1 모델을 1만6000달러(약 2300만원)에 출시한 데 이어, 2025년 7월 R1을 5,900달러에 내놨다. 이는 경쟁 제품의 수십분의 1 가격이다. G1은 무게 35kg의 소형 휴머노이드로 최대 43개의 자유도를 갖췄다. 독특한 접이식 디자인이 특징이다. 초당 2m 속도로 걸을 수 있고, 첨단 균형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지형과 장애물을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

G1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힘 제어가 가능한 정교한 3개 손가락 그리퍼다. 엄지는 3개의 능동 자유도를, 검지와 중지는 각각 2개의 능동 자유도를 갖췄다. 손가락 끝에 촉각 센서 어레이를 선택적으로 장착할 수 있다. 힘-위치 하이브리드 제어를 결합해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며 섬세한 물체를 다루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능숙하다. 각 팔은 3kg까지 들 수 있다. G1은 백플립 같은 역동적인 동작을 수행할 수 있으며, 서서 1.4m 멀리뛰기 세계 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초로 서서 옆으로 공중제비를 도는 휴머노이드가 됐다.

G1은 인텔 리얼센스 D435 전방 카메라와 LIVOX-MID360 라이다를 장착해 첨단 환경 인식 능력을 갖췄다. 8코어 고성능 CPU를 탑재해 복잡한 명령을 처리하고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EDU 버전은 100 TOPS AI 처리 능력을 제공하는 NVIDIA Jetson Orin NX를 추가로 탑재해 프로그래밍, 강화 학습, 자율 작동을 가능하게 한다. G1은 모방 학습 및 강화 학습 기법으로 작동하며, AI를 통해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학습하고 적응한다. 전체 관절 중공 설계로 효율적인 전력 및 연결 관리가 가능하다. 각 관절은 정확한 움직임 추적을 위해 듀얼 인코더로 모니터링된다.

유니트리는 G1을 교육 및 연구 개발용 접근 가능한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휴머노이드의 능력을 제공해 대학, 연구 기관, 심지어 애호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옵션이 됐다. 올해 기준으로 G1은 1000대 이상이 출하돼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잠재적 응용 분야는 학술 연구부터 팔레타이징, 핸들링, 조립, 용접 같은 산업 작업까지 다양하다.

키 180cm의 H1 모델은 9만 달러(약 1억3000만원)에 판매되며 무게는 50kg 미만이다. H1은 초당 3.3m 속도에 도달해 풀사이즈 휴머노이드 로봇의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복잡한 지형과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걷고 달릴 수 있으며 안정적인 보행과 매우 유연한 움직임 능력을 갖췄다. 무릎 토크는 약 360N.m, 고관절 토크는 약 220N.m, 발목 토크는 약 45N.m, 팔 관절 토크는 약 75N.m에 달한다. 피크 토크 밀도는 189N.m/kg이다. 3D 라이다와 깊이 카메라를 장착해 파노라마 스캐닝이 가능하다. 30kg까지 들 수 있어 산업 및 의료 시장을 겨냥한다.

중국 정부는 2027년까지 시장 지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니트리의 로봇은 안전 기능과 하중 용량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빠른 개발 속도와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JD.com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 첫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1X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8월 키 168cm의 NEO를 공개하며 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베른트 베르니히 CEO는 "휴머노이드는 오랫동안 공상과학 속 존재였지만, 이제는 실제 제품으로 우리 삶 속에 들어왔다"며 "이제 누구나 로봇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NEO의 가장 큰 특징은 가정용에 특화된 기능이다. 설거지, 빨래, 조명 끄기 같은 일상적인 집안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손님을 맞으며 문을 열어주거나 물건을 가져다주는 등 간단한 작업부터 시작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점점 더 복잡한 기능을 학습한다. 사용자는 집안일을 지정하고 수행 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모든 동작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NEO는 내장된 얼굴 인식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새로운 작업을 스스로 파악한다. 만약 모르는 일이 생기면 1X 전문가와의 원격 조정을 통해 그 작업을 배울 수 있다. 부드러운 외부 커버로 사람과의 충돌 시 안전을 강화했다.

1X 테크놀로지스의 '네오'.

가격은 2만 달러(약 2890만원)이며, 월 499달러(약 72만원)에 구독 방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베이지, 회색, 짙은 갈색 중에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1X는 내년 초 미국 시장에 NEO를 출시할 예정이며, 2028년까지 수백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텍사스의 앱트로닉은 제이빌과 협력해 아폴로 로봇을 2026년 출시할 예정이다. 무게 70kg에 교체 가능한 배터리로 4시간 작동하며, 가격은 약 5만 달러(약 7200만원)로 추정된다.

영국의 엔지니어드 아츠는 표현력 있는 인간-로봇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아메카를 개발 중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전기 아틀라스는 뛰고 구르는 등 극한의 동작 능력을 보여주지만 아직 상용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폭스웨어 인텔리전스의 GR-1은 2025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며, 가격은 15만~17만 달러(약 2억1600만~2억4500만원)로 예상된다. 50kg의 물건을 들 수 있어 산업 및 의료 시장을 겨냥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형태를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간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문 손잡이, 계단, 좁은 통로, 선반 등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바퀴 달린 로봇이나 팔만 있는 로봇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특정 작업에는 전용 로봇이 더 효율적이고 저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먼저 휴머노이드가 투입되는 곳은 자동차 제조와 물류 창고다. 테슬라는 BMW, 폭스콘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GXO 로지스틱스도 창고에서 시험 운영 중이다. 반복적이고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을 맡기는 것이 초기 목표다. 미국에서만 물류·제조업 분야에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어, 휴머노이드가 노동력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부분의 휴머노이드는 여전히 시범 단계에 있다. 자율성은 제한적이며, 많은 시연 영상에서 원격 조종이나 사전 프로그래밍된 동작이 사용됐다. 배터리 수명은 4~8시간 정도로 짧고, 정교한 작업을 위한 촉각 센서와 조작 능력도 개선이 필요하다. 안전 규제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부품 공급망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생산 확대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진전 속도는 빠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의 인지와 판단 능력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 경량 소재와 배터리 기술 개선으로 작동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모듈화된 관절 설계로 생산 비용이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수십억 달러의 투자와 수만 대 규모의 생산 시설 건설은 이 산업이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내년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험실을 벗어나 현실 세계로 본격 진출하는 해가 될 것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공장을 넘어 외부로 판매되고, 피겨 AI의 로봇이 더 많은 고객 현장에 배치되며, 애질리티의 디짓이 인간 곁에서 안전하게 일하게 된다. 가격이 더 떨어지고 성능이 개선되면서 가정용 모델도 유행할 전망이다. 노인 돌봄, 가사 노동, 보안 등 응용 분야가 확대될 것이다.

맥킨지는 휴머노이드가 개념에서 상업적 현실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있다고 평가한다. 주요 기업들이 2026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서면서, 한때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휴머노이드 시대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제 질문은 '휴머노이드가 올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에 들어올 것인가'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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