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도, 썸도 실패 없다…가장 많이 찾는 별빛 드라이브 9선

2025-11-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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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만나는 가을의 밤

가을·겨울 밤하늘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uamfolio, MUPRODUCTION, kim jae youn, foxstar-jin-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uamfolio, MUPRODUCTION, kim jae youn, foxstar-jin-shutterstock.com

가을밤의 공기는 유난히 투명하다. 창문을 조금만 내려도 서늘한 기운 사이로 별빛이 스며들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는 어둠 위에 흩뿌려진 은빛 점들이 끝없이 따라온다. 도시를 벗어나 밤하늘이 제대로 보이는 길에 들어서면 썸이든 데이트든 말이 없어도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서로의 얼굴보다 하늘을 먼저 올려다보게 되고 그렇게 쏟아질 듯 맺힌 별빛을 함께 바라보는 순간 괜히 더 다정해지고 묘한 긴장감도 피어난다. 별빛 아래 나란히 달리는 그 분위기 그대로, 지금 가장 아름다운 ‘별빛 드라이브’ 9곳을 소개한다.

◈ 울산바위, 설악의 능선 위로 쏟아지는 별

울산바위에서 바라본 은하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uamfolio-shutterstock.com
울산바위에서 바라본 은하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Nuamfolio-shutterstock.com

속초 도심에서 차로 20분이면 닿는 울산바위는 별을 보며 드라이브하기 좋은 대표 명소다. 설악산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차창 너머로 점점 넓어지는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도시 불빛이 거의 닿지 않아 맑은 날에는 별무리가 선명하게 뜨며, 운이 좋으면 은하수 띠까지 볼 수 있다. 주차 후 산 아래 정자나 전망 데크에 앉아 있으면 산바람과 함께 별빛이 쏟아진다.

다만 겨울철에는 미시령 옛길 구간이 낙석이나 결빙으로 통제되는 경우가 있어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해 야간 운전 시 시야 확보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출발 전 도로 통제 공지와 기상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 안전하다

울산바위 은하수 포인트 / 구글 지도

◈ 연천 호로고루 — 고성 위에서 마주하는 고요한 밤

한탄강 절벽 위에 자리한 삼국시대 고성 유적지, 호로고루는 서울 근교에서도 별이 잘 보이는 장소로 꼽힌다. 강을 따라 낮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사이로 별빛이 비치며, 고요한 분위기가 감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차를 세우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면, 오래된 성벽 위로 별들이 흐르는 낭만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 안반데기 — 고랭지 하늘 아래 은하수가 흐르는 곳

안반데기에서 바라본 밤하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UPRODUCTION-shutterstock.com
안반데기에서 바라본 밤하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UPRODUCTION-shutterstock.com

강릉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올라가면 도착하는 고랭지 마을 안반데기는 국내 천문 촬영 명소로 손꼽힌다. 해발 1100m 고지대라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고 불빛 공해가 거의 없어 별의 윤곽이 또렷하다. 주차장 인근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계단식 밭 사이로 별빛이 스며들며, 은하수가 산등성이를 따라 흐르는 장면이 펼쳐진다.

◈ 연천 당포성, 한탄강 위로 쏟아지는 별빛

연천의 또 다른 명소 당포성은 한탄강 협곡 위에 자리한 천연 요새다. 차로 접근이 가능해 별 보기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주변 조명이 거의 없어 눈이 익을수록 하늘 가득 별이 퍼지고, 강물 위로 별빛이 반사되어 더욱 선명하다.

◈ 양평 벗고개 — 서울 근교에서 만나는 별빛 드라이브

양평 벗고개 별 / foxstar-jin-shutterstock.com
양평 벗고개 별 / foxstar-jin-shutterstock.com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닿는 벗고개는 차로 오르내리며 별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도로가 완만해 야간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고 정상 부근 전망대에서는 하늘과 도심의 경계가 맞닿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이 적은 날엔 북두칠성이 선명히 보이고 초승달이 걸린 밤이면 별빛과 달빛이 겹쳐 한층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벗고개 별관측포인트 / 구글 지도

◈ 태백 바람의 언덕 — 바람 따라 흐르는 별빛의 길

태백 바람의 언덕 / kim jae youn-shutterstock.com
태백 바람의 언덕 / kim jae youn-shutterstock.com

바람의 언덕은 이름 그대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언덕이다. 낮에는 풍력발전기 사이로 이어지는 초원이 시원하고, 밤이 되면 불빛 하나 없는 하늘 아래 별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차로 언덕 아래까지 진입할 수 있고, 주차 후 잠시 올라서면 끝없이 펼쳐진 별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다만 이 일대는 일부 구간이 사유지로 지정되어 있어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다. 무단 진입이나 차량 이동은 주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현장에 설치된 출입 표지판과 안내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풍력발전기 인근은 강풍이 불 때 위험할 수 있어, 바람이 강한 날에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별을 보기 위해 방문할 때는 조용히 머물고, 쓰레기나 불빛을 남기지 않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 정선 타임캡슐 공원, 조용한 산자락의 별 명소

정선 읍내에서 조금 벗어난 타임캡슐 공원은 별 관측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산중턱에 위치해 조용하고, 인공 조명이 거의 없어 맑은 날에는 별자리 관찰이 가능하다. 늦은 밤에는 사람의 발소리조차 드물어,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꺼진 순간 하늘 전체가 별빛으로 채워진다.

◈ 대관령 밤하늘 —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은하수

대관령 밤하늘 / kim jae youn-shutterstock.com
대관령 밤하늘 / kim jae youn-shutterstock.com

평창과 강릉을 잇는 대관령 정상부 도로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간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굽이진 산길을 오르다 보면 공기가 달라지고, 별빛이 점점 짙어진다. 겨울로 향하는 길목, 하늘이 맑은 날엔 은하수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주차 후 창문을 살짝 열면 바람 속으로 별이 흩어지는 듯한 감각이 전해진다.

◈ 황매산 군립공원 — 차로 닿는 별빛의 캠핑장

경남 합천과 산청의 경계에 위치한 황매산 군립공원은 차를 타고 정상 부근까지 오를 수 있는 드라이브형 별 명소다. 오토캠핑장 주차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주변 산자락이 실루엣처럼 드러나고, 그 위로 별이 촘촘히 떠 있다.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 운전자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으며, 캠핑과 별 감상을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공원 내 황매산 오토캠핑장 주차장은 차박과 별 관측을 동시에 즐기려는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만 산길이 구불구불하고 계절에 따라 일부 구간이 통제되거나 야간 입산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합천군청이나 공원관리소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황매산오토캠핑장 / 구글 지도

◈ 시동 걸기 전 점검 필수…밤하늘 여행자의 체크리스트

별 보기 드라이브를 떠날 때는 계절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가을과 겨울은 밤공기가 빠르게 식기 때문에 보온을 위한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차 안에서 머물더라도 담요나 무릎담요를 챙기면 좋고, 밖으로 나가 별을 볼 예정이라면 두꺼운 외투나 패딩, 장갑, 모자를 함께 준비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따뜻한 음료를 담은 보온 텀블러는 필수다. 오랜 시간 하늘을 올려다보면 체온이 떨어지기 쉬워 커피나 차 한 잔이 큰 도움이 된다. 별빛이 잘 보이는 곳일수록 가로등이 드물기 때문에 손전등이나 휴대용 랜턴도 꼭 챙겨야 한다.

별자리 앱을 사용할 계획이라면 보조배터리도 준비해두자. 추운 날씨에는 배터리 소모가 빨라 스마트폰 전원이 쉽게 꺼질 수 있다. 망원경이나 쌍안경은 선택사항이지만 별무리나 행성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작은 천체망원경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다.

이 밖에도 벌레기피제, 휴지, 간단한 간식 정도를 챙기면 완벽하다. 준비가 잘 되어 있을수록 별빛 아래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겨울밤의 공기도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차량의 상태다. 산간 지역이나 외곽 도로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시동을 켠 채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발 전 반드시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한다. 히터를 오래 틀거나 조명을 사용하다 보면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으니, 주행 전 차량 점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별을 보기 위해 시동을 켜 둔 채 대기할 때는 창문을 살짝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배기가스가 차량 내부로 유입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 주차하고, 주기적으로 시동을 껐다 켜며 온도를 조절하면 한층 안전하고 쾌적하게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 별 보러 가기 전, 꼭 확인해야 할 밤하늘 체크리스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별을 보기 좋은 밤을 만나려면 단순히 하늘이 맑은 날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별빛은 공기, 달빛, 온도, 불빛 등 여러 조건이 어우러질 때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 떠나기 전 아래의 사항들을 한 번씩 점검해두면 훨씬 깊고 또렷한 밤하늘을 만날 수 있다.

먼저 날씨와 구름량을 확인해야 한다. 맑음 예보라도 상층운이 끼면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없는 ‘쾌청’ 또는 ‘맑음’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특히 비가 온 다음날은 공기가 깨끗해지고 미세먼지가 줄어들어 별이 유난히 밝게 보인다.

다음은 달의 상태다. 달이 밝게 뜨는 시기에는 하늘 전체가 희미해져 별빛이 묻히기 쉽다. 초승달이나 그믐달 무렵, 즉 달빛이 약한 시기를 선택하면 은하수와 작은 별자리까지 또렷하게 관측할 수 있다. 천문 앱이나 달력에서 ‘월령’을 확인하고, 보름달 전후 사흘은 피하는 것이 좋다.

도심의 불빛도 별 관측의 가장 큰 방해 요소다. 아무리 하늘이 맑아도 주변이 밝으면 눈이 어둠에 적응하지 못해 별이 흐릿하게 보인다. 가능하면 가로등이 드문 외곽 도로, 해발이 높은 고지대나 강가 근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차 후 차량의 실내등과 헤드라이트를 모두 끄고, 10분 정도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면 훨씬 많은 별이 보인다.

공기 온도와 습도도 영향을 미친다. 습도가 높으면 공기 중의 수분이 빛을 산란시켜 별빛이 퍼져 보인다. 날씨 예보에서 습도가 60% 이하인 날을 고르는 것이 좋으며, 기온이 낮고 바람이 잔잔한 날일수록 하늘이 또렷하게 열린다.

이 밖에도 별자리 앱을 미리 설치해두면 하늘의 방향과 별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 밝기를 최소로 줄여 눈이 다시 적응할 시간을 주고, 가급적 조용한 곳에서 주변 소음을 줄이면 별빛이 더 깊게 느껴진다.

◈ 별 사진 잘 찍는 법, 흔들림 없이 담는 겨울 밤하늘

별을 찍을 때는 어두운 하늘뿐 아니라 주변의 풍경도 함께 담으면 사진의 깊이가 달라진다. 산 능선, 나무, 도로, 자동차 불빛 같은 실루엣이 들어가면 별빛이 하늘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감을 만들어 준다. 하늘만 비추면 밋밋해 보이기 쉬우므로 배경을 일부 걸고 구도를 잡는 것이 좋다.

촬영 시에는 삼각대를 꼭 고정해야 한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미세한 흔들림도 별빛을 번지게 만든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를 10~30초 사이로 설정하고, ISO는 800~1600 정도가 적당하다. 셔터 속도를 너무 길게 두면 지구의 자전 때문에 별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흔들려 보일 수 있다. 노출 시간을 20초 안팎으로 맞추면 별이 점 형태로 선명하게 찍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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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거의 없는 환경이라면 차량 전조등이나 손전등을 켜지 말고, 촬영 중에는 빛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주변에 다른 사진가들이 있다면 플래시나 손전등 불빛이 그들의 사진에 반사되어 방해가 될 수 있다. 촬영 전 미리 필요한 장비를 세팅하고, 이동할 때는 빛을 아래로 향하게 비추는 것이 매너다.

이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 카메라를 하늘보다 약간 위로 향하게 두고, 셔터를 누른 뒤 그저 기다리면 된다.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 천천히 움직이며 별이 화면 속에 박히는 그 순간, 눈으로 볼 때보다 더 깊고 선명한 밤하늘이 완성된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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