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값 비싸지려나...출하 앞두고 어민들 초비상 걸린 11월 제철 ‘국민 수산물’

2025-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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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바다의 건강을 읽다: 황백화의 비밀
귀한 바다 밥상 물김, 올해는 안녕할까?

충남 서천 앞바다에서 ‘국민 수산물’ 물김의 출하를 앞두고 어민들의 비상이 걸렸다. 김 산업의 최대 산지이자 충남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서천군 해역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황백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 양식의 핵심 생육 단계에서 품질 저하 징후가 나타나면서 생산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갓 수확한 물김  / 뉴스1
갓 수확한 물김 / 뉴스1

서천군에 따르면 지역 내 총 3331㏊ 해역에 약 6만 책(김발)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출하 준비에 나섰으나, 첫 채취(1회 조) 이전부터 마서·비인·서면 일대 일부 해역에서 황백화가 확인됐다. 황백화는 김이 누렇게 변색되며 생육이 멈추는 현상으로, 해수 중 질소·인 등 영양염 농도가 낮거나 수온이 높을 때 주로 발생한다. 올해는 가을장마로 인한 강우와 고수온이 겹치면서 영양염 농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서천군은 수협·어촌계 등 어업인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해역의 영양염 농도와 김 양식장 규모를 반영한 김 영양제 공급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물김 양식의 정상화를 위해 영양제 보급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고, 해역별 생육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고품질 김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이번 조사 결과를 충남도에 전달해 행정·재정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김 양식장 모습 / 서천군 제공, 뉴스1
김 양식장 모습 / 서천군 제공, 뉴스1

한편, 전남 진도군에서는 지난달 말 물김의 첫 위판이 이뤄졌다. 고군면 원포와 회동위판장에서 거래된 물김(120㎏ 한 포대 기준)은 최저 32만 원에서 최고 61만 2000원 선에 팔렸다. 거래된 품종은 조생종 잇바디돌김으로, 엽체가 곱창처럼 구불구불해 ‘곱창김’으로 불린다. 곱창김은 해황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크고,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10월 말부터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생산되는 귀한 김이다. 진도군은 지난해 물김 13만 8863톤을 생산해 2490억 원의 어가 소득을 올렸다.

진도군 관계자는 “올해는 초반 수온이 높아 생산이 지연됐지만 최근 영양염이 회복세를 보여 11월부터는 정상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천과 진도를 포함한 주요 물김 산지는 기온, 수온, 영양염 농도 등 자연환경 변화에 따라 수확량이 민감하게 요동치며, 이 때문에 해마다 가격 변동폭도 크다.

물김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해조류이자 국민 수산물로 꼽힌다. 남해와 서해 연안을 중심으로 양식되는 물김은 겨울철 한파 속에서도 수확되는 귀한 식재료로, 김밥용 마른김의 원초(原草)로 쓰인다. 조선시대부터 제사상과 일상 밥상에 오르며 ‘바다의 밥반찬’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김밥·김구이·김무침 등 형태를 달리하며 전국민의 식탁을 채우고 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김 / 뉴스1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김 / 뉴스1

물김의 활용 폭은 매우 넓다. 생김 상태로 양념에 무쳐 먹는 ‘물김무침’은 제철 별미로 꼽히며, 건조시켜 만든 마른김은 밥상 위 단골 반찬이다. 특히 갓 구운 김은 간단히 참기름과 소금만 더해도 풍부한 감칠맛을 내며, 밥맛을 살려주는 가장 손쉬운 반찬으로 사랑받는다. 김의 구수하면서도 짭조름한 풍미와 불향은 한국 가정식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맛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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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적으로도 물김은 단백질, 식이섬유, 요오드,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저칼로리 식품으로 체중 관리에 좋고, 김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 방지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물김은 ‘맛과 건강, 전통을 모두 갖춘 수산물’로 불리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올겨울 본격적인 물김 출하를 앞두고 황백화 확산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은 가격 향방에 쏠리고 있다. 일부 지역의 생육 저하가 이어질 경우, 예년보다 높은 가격 형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연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수산물이지만, 그만큼 바다의 상태를 가장 빨리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어민들은 올해 물김이 다시 건강한 빛깔을 되찾고, 국민 밥상 위에 풍성히 오르길 바라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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