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세 남편과 107세 아내, 여전히 사이좋게 부부로 지낸 '비결'
2025-11-15 10:00
add remove print link
세계 최고령 부부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83년, 변치 않는 사랑의 힘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한 노부부가 결혼 83년째를 맞았다.
108세 라일 기튼스와 107세 엘리너 기튼스 부부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오랜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무려 216세. 인류 역사상 가장 고령의 부부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이들의 첫 만남은 1941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대학 농구 경기장에서였다. 당시 라일은 선수로 뛰고 있었고, 엘리너는 친구와 함께 경기를 구경하러 왔다. 경기가 끝나자 엘리너는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처음 본 라일의 얼굴만은 아직도 선명하다”고 회상했다. 그때 싹튼 인연은 곧 사랑으로 자랐고, 1년 뒤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시대는 그들에게 순탄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라일은 미 육군에 징집됐다. 떠나기 전, 그는 단 사흘의 휴가를 받아 엘리너와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절, 그는 ‘흑인 전용 객차’에 몸을 실어 밤새 달려 신부를 만나러 갔다.

◆ 사랑으로 버틴 시간
결혼 후 곧 남편이 전선으로 떠나자 엘리너는 홀로 아이를 낳았다. 뉴욕으로 이주한 그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시댁 근처에서 아기를 키웠다. 당시 엘리너는 항공 부품 회사의 급여 담당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고, 라일은 이탈리아 전선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서로에게 전한 편지는 대부분 검열로 지워졌지만, 그 안의 짧은 인사 한 줄이 그들의 하루를 버티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 재회한 두 사람은 다시 함께 삶을 일궜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정부 기관에서 근무했고, 여가에는 여행을 다니며 오랜 시간 못 나눈 대화를 채워갔다. 엘리너는 69세에 뉴욕 포덤대학에서 도시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뒤늦게 학문의 꿈도 이뤘다.
라일은 늘 “아내의 꿈이 곧 나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어디를 가든 나란히 걸었다. 두 사람은 수많은 전쟁, 인종차별, 경제 불황의 시기를 함께 건너며 세월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의 모양을 지켜냈다.
◆ 83년의 시간, 그 비결은 결국 ‘사랑’
최근 세계 장수 기록 단체인 론제비퀘스트는 두 사람의 결혼 증명서와 각종 자료를 검증한 끝에, 기튼스 부부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로 공식 인증했다. 이전까지는 85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한 브라질의 디노 부부가 기록을 보유했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기튼스 부부가 타이틀을 이어받게 됐다.
라일과 엘리너는 현재 마이애미에서 딸 앤젤라와 함께 살고 있다. 기자가 ‘오랜 결혼 생활의 비결’을 묻자 엘리너는 잠시 미소를 머금었다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요.”
라일은 그 옆에서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 단 한 번도 그 마음이 변한 적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 서로의 곁을 지키는 것
그들은 ‘결혼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느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노력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고, 아침에 눈을 뜨면 곁에 있는 그 사람이 감사했다.
라일은 인터뷰 말미에 “우리가 가장 오래된 부부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아직도 아내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엘리너는 미소를 지었다. 83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들의 대화는 여전히 연인의 대화처럼 다정했다.
◆ 사랑은 세월보다 강하다
누군가는 ‘사랑은 식는다’고 말하지만, 이 부부의 이야기는 그 말을 조용히 반박한다. 세월이 흘러도, 몸이 늙어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라일과 엘리너는 말한다. “사랑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이에요. 서로를 바라보고, 기다려주고, 함께 밥을 먹는 것. 그게 우리가 83년을 살아온 비결이에요.”
그들의 삶은 긴 세월 끝에 남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