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일파만파] 폭발한 여검사가 오늘 올린 글

2025-11-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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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 불변기간 고의로 뭉갠 것”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검찰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하루 연차를 내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사퇴를 요구한 대검 참모들에게도 '시간을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 뉴스1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이후 검찰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하루 연차를 내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사퇴를 요구한 대검 참모들에게도 '시간을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 뉴스1
김민아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지청장이 1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불변기간의 무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수뇌부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공개 비판했다.

김 지청장은 "검사가 되고 제일 먼저 듣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육받은 것이 불변기간 준수"라며 "법으로 정해진 기간을 고의건 과실이건 도과시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잘못을 한 것으로 감찰과 징계를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불변기간은 법에서 정한 기간으로 한 번 지나면 어떤 사유로도 연장하거나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간을 뜻한다.

그는 "검사가 구속기간을 도과시키면 불법 구금이 되고, 그래서 기록에는 구속기간을 표시하는 빨간 딱지가 붙어 있으며, 검사실 수사관, 실무관 모두 보드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설명했다.

김 지청장은 "공소시효가 도과하는 경우 사유서를 쓰고, 심하면 감찰부서에 비위발생보고를 하며, 과오의 정도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며 "항소제기일과 항소이유서 접수일은 막말로 목숨 내놓고 지켜야 하는 불변기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쩌다 항소장 제출 기일을 놓치면, 그 사건이 항소하지 않아도 문제 없을 경우 경징계로 넘어가지만, 일부라도 무죄가 있는 사건이라면 관련자들은 중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 지청장은 "우리는 저렇게 불변기일 준수에 직을 걸고 긴장하며 업무에 임하는데, 대검에서(혹은 법무부에서) 항소장 제출 만기일 3일 전에 올라간 보고서를 뭉개다가 접수 만료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허 지시를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이 정상적인 절차로 항소포기가 될 때는 법무부에서 항소자제 의견을 낼 것이면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장관이 서면으로 검찰총장에게 지시해야 한다"며 "검찰총장 대행은 그 지시를 받아들일 것이면 항소제기 의견을 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공판팀에게 상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김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지시 당부를 검토하고 검사장의 결단에 따라 항소제기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며 "이 때 수사공판팀과 4차장 등 결재라인에서 계속 반대한다면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모든 절차가 불변기간인 항소제기일 1시간 전에 가능한 걸까"라고 묻고 "그러니 분노하고 관련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며, 우리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없으면 직을 걸고 책임지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게시판에 초임검사가 올린 글에 200여 명이 동의하고, 검사들, 지청장들, 법무연수원 교수들이 글을 올리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법조인으로서 불변기간의 무게를 알기에 이 사건에 분노하는 것"이라며 "그 기간을 놓치면, 말도 안 되는 무죄사건을 더 이상 다툴 수도 없고, 억울한 피해를 구제할 수도 없으며, 이 사건처럼 보전조치를 해 놓은 추징금마저 제대로 징수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난다"고 했다.

김 지청장은 "지금의 사태는 철거 예정인 건물에, 아직 철거업체 수주도, 그 땅에 지어질 건물의 설계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주가 알아서 다이너마이트 넣고 무너뜨린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김 지청장은 "우리는 통상의 사건처럼 이 사건의 불변기간이 정상적으로 준수되기를 바랄 뿐이며,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고의로 뭉개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경악하는 것일 뿐"이라며 "건물주를 자칭하며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린 분들은 각자의 지위에 맞게 책임을 지라"고 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 지휘부의 사퇴를 요구한 것.

여러 검사가 김 지청장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이주훈 검사는 "대형 부패범죄 항소 포기 부당지시 사건에 대한 비판은 '일부 정치 검사의 항명'이 아니라 검찰의 사건 처리가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는 정당한 주장"이라고 했다.

박철완 검사는 "이 사안의 본질을, 그리고 검사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주신 글"이라며 "대검 지휘부가 상급자들에 대한 검사들의 신뢰를 악용해 항소 제기의 기회를 박탈한 사안"이라고 했다.

박 검사는 "만약 대검 지휘부가 만기일 당일 오전이나 늦어도 일과 중에 항소 포기 지시를 정확히 했다면 아마도 수사팀과 공판팀은 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항소장을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검 지휘부는 이런 불복의 기회조차 침묵 모드 후 전격적 불허라는 초식으로 박탈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안성수 검사는 "법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자의적이고 선별적으로 집행돼 현저한 불평등을 초래하면, 법의 지배, 법치주의는 사람의 자의에 의한 지배나 법이 도구로 사용될 뿐인 법에 의한 지배가 되고 만다"고 했다.

<김민아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지청장이 올린 글>

불변기간의 무게

검사가 되고 제일 먼저 듣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육받은 것이 불변기간 준수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기간을 고의건 과실이건 도과시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잘못을 한 것으로 감찰과 징계를 감수해야 합니다.

검사가 구속기간을 도과시키면 불법 구금이 되고, 그래서 기록에는 구속기간을 표시하는 빨간 딱지가 붙어 있으며, 검사실 수사관, 실무관 모두 보드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치며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검사가 구속 기간을 도과시키고 공소제기를 하지 않은 채 피의자를 계속 구금하고 있다? 이건 범죄입니다.

공소시효는 어떻습니까. 가뜩이나 송치, 불송치, 이의신청에 보완수사까지 갔다 온 기록이라 목록도 보기 어려운데 어쩌다 단기 공소시효가 있는 범죄사실이 끼어 있고, 미제 200건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도과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면 사유서를 쓰고, 심하면 감찰 부서에 비위 발생 보고를 하며, 과오의 정도에 따라 징계를 받습니다.

공판 검사실로 가 보겠습니다. 항소제기일과 항소이유서 접수일은 막말로 목숨 내놓고 지켜야 하는 불변기간입니다. 재결통(재판 결과 통지문)이 늦게 오면 실무관님은 항소장 제출 기일 놓칠까 발을 동동 구르고, 소송기록 접수 통지 후 항소이유서 제출일이 나오면 1차 만기일, 2차 만기일을 표시하며 검찰 구성원 서로가 크로스체크로 칼같이 기일을 지킵니다. 어쩌다 항소장 제출 기일을 놓치면, 그 사건이 항소하지 않아도 문제 없을 경우 경징계로 넘어가지만, 일부라도 무죄가 있는 사건이라면 관련자들은 중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왜 분노가 치밀고, 자존감과 정의감이 동시에 무너지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우리는 저렇게 불변기일 준수에 직을 걸고 긴장하며 업무에 임하는데, 대검에서 (혹은 법무부에서) 항소장 제출 만기일 3일 전에 올라간 보고서를 뭉개다가 접수 만료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허 지시를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정상적인 절차로 항소 포기가 될 때는 아래와 같아야 합니다. 법무부에서 항소 자제 의견을 낼 것이면,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장관님이 서면으로 검찰총장에게 지시해야 합니다. 검찰총장 대행님은 그 지시를 받아들일 것이면 항소 제기 의견을 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공판팀에게 상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검장님은 대검의 지시 당부를 검토하고 검사장님의 결단에 따라 항소 제기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합니다. 이 때 수사 공판팀과 4차장 등 결재 라인에서 계속 반대한다면 공소 심의 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이 모든 절차가 불변기간인 항소 제기일 1시간 전에 가능한 걸까요?

그러니 분노하고 관련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며, 우리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없으면 직을 걸고 책임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에 초임 검사님이 올린 글에 200여 명이 동의하고, 검사님들, 지청장님들, 법무 연수원 교수님들이 글을 올리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법조인으로, 불변기간의 무게를 알기에 이 사건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그 기간을 놓치면, 말도 안 되는 무죄 사건을 더 이상 다툴 수도 없고, 억울한 피해를 구제할 수도 없으며, 이 사건처럼 보전 조치를 해 놓은 추징금마저 제대로 징수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잘못을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지금의 사태는 철거 예정인 건물에, 아직 철거 업체 수주도, 그 땅에 지어질 건물의 설계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주가 알아서 다이나마이트 넣고 무너뜨린 것과 같습니다.

비뚤어진 눈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통상의 사건처럼 이 사건의 불변기간이 정상적으로 준수되기를 바랄 뿐이며,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고의로 뭉개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경악하는 것일 뿐입니다. 건물주를 자칭하며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린 분들은 각자의 지위에 맞게 책임을 지십시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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