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술 한 잔, 몸이 따뜻해진다고요? 오히려 더 추워집니다

2025-11-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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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술 한잔, 몸이 더 따뜻해진다고? 착각이 부르는 ‘겨울 음주’의 위험

찬바람이 매서워질수록 따뜻한 술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 속 음주는 몸을 녹이기는커녕 오히려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일시적인 ‘따뜻함’은 착각에 불과하다.

◆ “술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는 착각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고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확장된 혈관을 통해 피부 표면으로 혈류가 몰리면서 순간적으로 따뜻함을 느끼지만, 사실상 체내 열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과정이다. 즉, 피부 온도는 높아지지만 중심 체온은 오히려 떨어진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시고 추운 밖으로 나가면 ‘몸이 녹는다’기보다 ‘속에서부터 식는’ 위험에 노출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체온 저하, 저체온증 위험으로 이어져

알코올은 체온 조절 중추인 뇌의 시상하부 기능을 둔화시킨다. 추위를 인식하더라도 몸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몸속 열이 빠져나가도 떨림이나 혈관 수축 반응이 느리게 나타난다. 이런 상태에서 장시간 외부에 노출되면 저체온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겨울철 노숙자나 야외 음주 후 잠든 사람의 사망 원인 중 상당수가 저체온증이다. 중심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근육이 경직되고, 33도 이하에서는 의식이 흐려진다.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심장 기능이 급격히 약해지며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 면역력 약화와 심혈관 부담

추운 날씨 자체가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여기에 술까지 더해지면 혈압이 불안정해지고 심혈관계에 과부하가 걸린다. 알코올은 혈압을 일시적으로 낮추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대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런 변화가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음주는 백혈구 기능을 떨어뜨려 면역력을 약화시키므로, 겨울철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에 더 쉽게 감염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피로감이 심한 이유도 이런 면역 반응 저하 때문이다.

◆ 간과 탈수, 두 가지 복병

추운 날에는 땀이 잘 나지 않아 탈수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코올은 강력한 이뇨 작용을 일으킨다. 술을 마신 뒤 자주 소변을 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체내 수분이 빠지면 혈액이 끈적해지고,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겨울철은 혈류 순환이 둔해 간 대사 기능이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음주가 더해지면 지방간, 간염, 간경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간이 알코올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해 숙취가 심해지고, 저혈당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한두 잔은 괜찮다”는 자기합리화의 함정

많은 사람이 “겨울엔 한두 잔쯤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두 잔이라도 체온 저하와 혈압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알코올 대사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양을 마셔도 저체온증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여성이나 체중이 적은 사람,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면 그 영향은 더 크다.

◆ 추운 날씨에도 건강하게 술 즐기는 방법

추운 날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반드시 따뜻한 실내에서 식사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수분이 충분히 포함된 음식과 물을 함께 섭취해 탈수를 막고, 체온이 떨어지기 쉬운 새벽 시간대의 음주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술을 마신 뒤에는 곧바로 외출하거나 찬 공기에 노출되지 말고, 몸이 완전히 회복된 뒤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

술은 순간의 따뜻함을 줄지 몰라도, 결국 몸의 열을 앗아가고 건강을 위협한다. 겨울철 음주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체온, 면역, 심혈관 건강을 모두 좌우하는 문제다. 한 잔의 술이 만든 ‘따뜻한 착각’이 진짜 위험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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