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기침으로 시작… 치명률 높은 '이 감염병', 성인이 더 위험하다
2025-11-1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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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퍼지는 ‘홍역’, 단순한 발진병 아냐…감염력·합병증 모두 ‘최상위급’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홍역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염력이 극도로 높고 합병증 위험도 커 ‘가벼운 감기’로 착각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Measles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전염성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홍역을 ‘가장 감염력이 높은 질병 중 하나’로 꼽는다. 환자 한 명이 주변 사람 최대 18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다. 공기 중 침방울이나 비말, 환자가 머물렀던 공간의 미세 입자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바이러스는 환자가 떠난 공간에서도 2시간 가까이 생존한다. 이 때문에 ‘공기 감염’이 가능하며, 단순히 같은 건물에 있었다는 이유로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 홍역의 주요 증상, 감기와 혼동되기 쉬워
홍역의 잠복기는 보통 10~12일이다. 초기 증상은 콧물, 기침, 결막염,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하다. 이후 2~3일이 지나면 입안의 뺨 점막에 작은 흰 반점이 생기는데, 이를 ‘코플릭 반점(Koplik spots)’이라고 한다. 이 반점이 홍역의 대표적인 초기 징후다. 고열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온몸에 붉은 발진이 퍼지면 홍역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본다. 발진은 보통 얼굴에서 시작해 목, 가슴, 팔, 다리 순으로 내려가며 3~5일 정도 지속된다.
◆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
홍역의 가장 큰 문제는 합병증이다. 건강한 성인보다 영유아, 노인, 면역저하자에게 특히 위험하다. 폐렴, 중이염, 설사, 간질성 뇌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매년 약 10만 명이 홍역으로 사망하는데, 대부분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어린이들이다. 특히 홍역에 걸린 후에는 면역체계가 일시적으로 약화돼 다른 감염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연구에 따르면 홍역 바이러스는 기존 면역 기억 세포를 파괴해 ‘면역 기억상실’을 일으킨다. 즉, 홍역을 앓은 뒤에는 이전에 걸린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 백신으로 90% 이상 예방 가능
홍역은 예방이 최선이다. 다행히 백신의 효과는 매우 높다.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을 동시에 예방하는 MMR 백신을 2회 접종하면 감염을 97% 이상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후 12~15개월에 1차, 만 4~6세에 2차 접종을 권장한다. 문제는 성인 중 일부가 과거 백신 접종 여부를 모르거나, 해외여행 전에 예방접종을 갱신하지 않는 경우다. 면역 항체가 떨어진 성인은 감염 위험이 높아지므로, 해외 출국 전에는 항체 검사를 받고 필요 시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것이 좋다. 특히 홍역이 유행하는 동남아, 유럽 일부 지역, 아프리카 등으로의 여행 전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감염력 ‘최상위급’, 코로나보다 빠르다
홍역의 전염력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높다. 기본감염재생산수(R0)는 12~18로, 이는 홍역 환자 한 명이 평균 12명에서 18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코로나19의 R0가 2~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홍역의 전염력은 6배 이상이다. 공기 중에 남은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마스크 착용만으로는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 면역력이 없는 사람은 잠깐의 노출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발생 시 병원·학교·공항 등 다중시설에서는 신속한 격리 조치가 필수다.
◆ 홍역 감염 시 대처법
홍역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항바이러스제도 효과가 없기 때문에 대증요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하고, 해열제를 복용하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합병증이 동반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폐렴이나 뇌염으로 진행될 경우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 홍역이 의심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와 격리를 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 예방수칙, 일상 속 방심이 문제
백신 접종 외에도 개인위생이 중요하다. 손을 자주 씻고, 외출 후에는 눈·코·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감염자가 발생한 지역을 방문했다면, 발열·기침·발진 증상이 나타나는지 최소 3주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또, 감염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에 바로 방문하기보다 보건소나 콜센터에 먼저 연락해 동선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집단면역이 깨지면 언제든 재확산
홍역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면역망과 관련된 질병이다. 인구의 95% 이상이 면역을 가져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데, 백신 접종률이 이보다 낮아지면 언제든 재확산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거부 운동이나 팬데믹 시기의 예방접종 중단으로 면역 공백이 생기면서 홍역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 유입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 홍역은 ‘옛날 병’이 아니다
홍역은 더 이상 과거의 병이 아니다. 백신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한번 확산되면 막기 어려운 감염병이다. 코로나19 이후 공기 감염의 위험성을 경험한 만큼, 홍역의 확산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홍역은 ‘한 번 앓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면역 체계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시험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예방접종을 철저히 하고, 면역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방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