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씨 말랐다…127% 폭등에 초비상, 겨울 밥상 뒤흔든 ‘국민 생선’
2025-11-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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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삼킨 서민의 국민 생선
고등어, 밥상에서 사라지다
이상기후가 식탁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연근해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로 고등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양식장 피해까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대표 반찬이던 ‘국민 생선’이 밥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고등어뿐 아니라 오징어, 김 등 주요 수산물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서민 가계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대전 지역 고등어(1손) 소매가격은 9100원으로 평년(3997원)보다 무려 127.67% 상승했다고 대전일보는 전했다. 불과 1년 사이 가격이 두 배 넘게 치솟은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수 온도 상승과 해류 변화로 고등어 어군이 북상하고 분산되면서 연근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며 “중대형 개체가 산란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연근해 고등어 생산량은 2015년 105만 8319t에서 지난해 84만 1347t으로 20.5% 감소했다. 어획량이 줄자 유통업계는 노르웨이산 수입 물량을 늘려 수급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이 대량 매입에 나서면서 수입 단가마저 불안정한 상태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20년째 수산상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국산 고등어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다”며 “수입산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라 손님들도 예전처럼 쉽게 사지 않는다”고 전했다.

고등어는 기름기 풍부한 살과 손쉬운 조리법, 구수한 맛으로 오래전부터 ‘국민 수산물’로 불렸다.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서민 밥상의 단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성비 생선’의 상징이었던 고등어가 점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겨울철 제철 생선으로 구이와 조림 수요가 몰리는 시기지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가정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문제는 고등어만이 아니다. 물오징어 한 마리(5500원)는 전년(4830원) 대비 13.87% 올랐고, 굴비 한 마리(3190원)는 지난해(2490원)보다 28.11%, 평년(1995원)과 비교하면 59.9% 상승했다. 마른미역(100g)은 3510원으로 평년 대비 17.67% 올랐다. 해조류 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충남 서천군의 물김 양식장에서는 ‘황백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김의 색이 누렇게 변하며 품질이 떨어지는 이 현상은 바닷속 영양염 농도가 낮을 때 발생한다. 고수온과 잦은 비로 인한 영양염 결핍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서해안 물김 양식장은 본격 출하 전부터 피해가 보고됐다. 실제 마른김 10장당 가격은 1330원으로 전년보다 6.4%, 평년보다 66.25%나 올랐다. 서해권 양식장 피해까지 더해지며 수산물 물가 불안이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히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수급 불안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상기온에 따른 어획량 감소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워 가격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가격 안정책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산자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 차원에서도 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 어종 소비에만 집중하기보다 계절별로 생산이 안정적인 어종을 선택하고, 남획 우려가 적은 지속가능한 인증 수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기후 변동에 따른 수급 불안을 이해하고 냉동·가공 수산물이나 친환경 양식 제품을 활용하는 등 소비 패턴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회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맞춘 해양 생태 관리와 어업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수 온도와 해류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피해 예상 어장에는 조기 경보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어업인에 대한 친환경 양식 지원과 자원 회복을 위한 금어기 강화, 해양 생태 복원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
‘한 손에 쥐던 생선 한 마리’였던 고등어가 이제는 서민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어획량 감소와 이상기후가 맞물리며 서민 밥상의 상징이던 ‘국민 생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먼 바다의 문제가 아닌, 식탁 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