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검찰, 전 정권과는 방향 같았는데… 현 정권서 많이 부대꼈다”

2025-11-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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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취재진에 '사퇴 심경' 토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여파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 뉴스1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여파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 뉴스1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를 지시한 지 닷새 만에 사의를 밝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이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수시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밝혔다. '저쪽'은 현 정권을, '지우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 사건을 각각 의미하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노 대행은 12일 밤 9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일부 언론과 만나 "4개월 동안 (대검) 차장을 했던 것이 20년 검사 생활을 한 것보다 더 길었고, (항소 포기 파문 후) 4일 동안 있었던 일이 4개월보다 더 길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전까지 천번 만번 생각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참모진으로부터 '검사들이 집단 보직 사퇴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듣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현 정권의 요구로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노 대행은 "옛날에는 정권하고 (검찰의)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정권하고 (검찰의) 방향이 솔직히 좀 다르다"며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의 문제가 돼 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현 정권)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노 대행은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갖고 조직에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이 정도에서 빠져 주자'고 결정했다"고 사의 표명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노 대행은 '대장동 사건' 항소 기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대장동 사건 수사팀의 '항소하겠다'는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 검찰 내부에선 '정권 외압에 굴복했다'는 비판과 함께 노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노 대행은 10일 후배 검사들의 항의 방문 자리에서 항소 포기의 결정적 계기가 수사지휘권 발동을 거론한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의 통화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을 불렀다.

법무부 장관이 내릴 수 있는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해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다. 법무부 2인자가 검찰 '최고 책임자'에게 지휘권 발동 운운한 건 사실상 대검을 향한 법무부 차원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 설사 중앙지검이 항소를 강행했더라도 항소 취소를 지휘할 수도 있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조직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일단 비상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총장 대행은 대검 부장 중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이어받는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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