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린 무대, 70대 열정이 10대보다 뜨거웠다"
2025-11-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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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린 무대, 70대 열정이 10대보다 뜨거웠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지난 11일, 전남 함평의 한 강당이 아이돌 콘서트장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주름진 손과 희끗한 머리카락은 이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훈장이었다. 함평군 노인복지관이 마련한 ‘제9회 청춘마을 예술제’는 나이라는 숫자를 무색하게 만든,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눈부신 ‘인생 2막’ 데뷔 무대였다.
####1년의 땀, 3분의 무대를 위해
이날 무대에 오른 이들은 전문 예술가가 아니었다. 지난 1년간 복지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늦깎이 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졌던 평범한 어르신들이었다. 이들은 단 3분의 완벽한 무대를 위해 수백 번의 연습을 거듭했고, 그 땀과 노력은 객석을 가득 메운 300여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고스란히 보상받았다.
####난타부터 댄스까지, 잠자던 예술혼을 깨우다
무대는 그야말로 ‘열정의 종합선물세트’였다. 힘찬 북소리로 심장을 울린 난타 공연부터, 수줍음도 잊게 한 화려한 문화댄스, 갈고닦은 악기 연주까지. 잠시 잊고 살았던 내 안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행복이 넘쳐흘렀다. 공연뿐만 아니라, 로비에 전시된 섬세한 미술·공예 작품들은 이들의 숨겨진 예술적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나눔으로 더 풍성해진 축제
이날의 축제는 무대 위 주인공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시상식이 먼저 열려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또한, 지역의 한 여성농업인 단체는 직접 만든 빵을 관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예술과 나눔이 어우러진 따뜻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오늘”
이상익 함평군수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어르신들의 뜨거운 열정 앞에서 오히려 큰 감동과 에너지를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어르신들의 오늘이 가장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배움과 여가의 기회를 더욱 넓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의 무대는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한, 가장 아름다운 청춘들의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