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 수업 받던 9살 여자 아이, 하반신 마비… 관장 "기저질환 때문"

2025-11-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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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신경이 손상된 아이

청주의 한 합기도장에서 수업을 받던 초등학생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합기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50대 관장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5월 20일 오후, 청주의 한 합기도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9세 여아 B양은 수업 중 ‘브릿지 자세에서 공중 회전하는 배들어올리기’ 동작을 배우고 있었다. 관장 A씨는 동작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B양의 등을 한 손으로 밀어 올렸고, B양은 공중에서 회전한 뒤 착지하다가 왼쪽 다리가 꺾였다.

◆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병원 이송 늦어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양은 착지 직후 통증을 호소했으나, 수업은 30분가량 더 이어졌다. 그 시간 동안 B양은 허리를 짚거나 쪼그려 앉아 있었고, 수업이 끝난 후 갑자기 쓰러지며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당시 B양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관장에게 호소했지만, A씨는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대신 도장 승합차에 태워 귀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양의 부모가 아이가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재촉하자 그제야 A씨가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다.

B양은 지역 병원 두 곳을 거쳐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튿날 허리 신경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부상 원인과 당시 지도 과정의 안전 관리 여부를 조사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 “착지 후 큰 문제 없어 보여”… 관장의 해명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착지 직후에도 아이에게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고 진술했다. 또한 “B양이 기존에 앓고 있던 기저질환으로 인해 마비가 온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의학적 판단을 종합한 결과, 수업 중 발생한 충격이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피해 아동의 상태와 수업 당시 상황을 추가로 확인 중이며, 과실 여부는 검찰이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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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기도는 어떤 운동인가

합기도는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제압하는 전통 무도다. 발차기, 던지기, 관절 꺾기, 회전 동작 등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신체 균형과 유연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자기 방어 능력과 집중력을 기르는 운동으로 인식되어 학원과 체육관에서 널리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합기도는 겉보기보다 역동적이고, 순간적인 체중 이동과 충격이 큰 운동이다. 특히 회전 동작이나 낙법 연습 중에는 척추와 무릎, 발목 등 하중이 집중되는 부위에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숙련되지 않은 자세나 잘못된 지도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 어린이 합기도, 안전 관리가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합기도 수업의 경우 체력 수준에 맞는 동작 선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10세 이하 아동은 근육과 인대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강한 충격이나 비틀림이 가해질 경우 골절이나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도자는 아이가 피로하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할 때 즉시 휴식을 취하게 하고, 부상 발생 시 병원 진료를 지체하지 않아야 한다. 낙법이나 회전 동작 같은 고난이도 기술은 충분한 보호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완전히 익숙해진 뒤에만 시도해야 한다.

운동의 목적이 자기 방어와 체력 단련에 있는 만큼, 아이들의 신체 발달 단계에 맞춘 ‘안전 우선 지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반복되는 체육관 안전 사고, 제도 개선 필요

이번 사건은 합기도장을 포함한 각종 체육시설의 안전 관리 부실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최근 몇 년간 태권도, 검도, 체조 등 아동 대상 체육관에서도 부상 사고가 잇따르며 지도자 자격 검증과 수업 안전 매뉴얼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교육 전문가들은 “특히 무도계열 지도자는 동작 시범에 앞서 아이의 체력 수준을 파악하고, 안전보호장비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응급조치와 보호자 통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 마련을 촉구한다.

이번 사건은 한 순간의 부주의가 얼마나 큰 상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술의 기본은 힘이 아니라 절제와 안전이라는 점, 그 기본이 다시 강조되어야 할 때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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