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연습 중 사고로 뇌사…5명에게 '선물' 남기고 떠난 60대
2025-11-13 19:47
add remove print link
생명을 나누는 러너의 마지막 선물
의미 있는 희생, 다섯 생명을 살린 은인
대구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던 60대 남성이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지만,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며 하늘로 떠났다.
고 김남연 씨는 지난 9월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폐와 간, 좌우 신장, 안구를 필요로 하는 환자 5명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
사고는 지난 9월 14일 새벽, 마라톤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서 발생했다. 김씨는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의료진은 뇌사 판정을 내렸다.

김 씨는 이미 2009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마친 상태였으며, 생전 가족과 지인들에게 “생명 나눔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내 생애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이러한 뜻을 존중해 깊은 슬픔 속에서도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경북 성주군 출신인 김 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일찍 사회에 나와 생계를 책임졌다. 최근까지 산불 지킴이와 건설현장 근로자로 일하며 성실하게 가족을 돌봤고, 주변을 두루 살피는 성격으로 수화 자격증을 취득해 청각장애인을 돕는 활동에도 앞장섰다.
60대의 나이에도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45분 안에 완주하는 목표를 위해 매일 새벽 4시면 집을 나와 17㎞를 2시간 동안 달리는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왔다. 평생 건강을 지키고,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형 김홍연 씨는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멋진 생각을 실천한 동생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모든 것을 주고 갔지만 결국 모든 걸 가진 사람이 된 동생이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장기기증과 생명 나눔
장기기증은 말 그대로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다.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의 장기는 폐, 간, 신장, 심장, 췌장, 안구 등 다양한 기관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며, 각 장기는 여러 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준다. 국내에서는 장기기증 희망 등록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가족 동의가 있으면 뇌사 환자의 장기와 조직을 기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전 본인의 기증 의사를 명확히 밝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남연 씨의 삶과 선택은, 끝까지 타인을 생각하며 건강과 생명을 존중한 삶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사고라는 안타까운 결말 속에서도 그의 장기기증은 5명의 사람에게 새 삶을 선물하며, 생명의 가치와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