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다고요? 목욕 중에 때를 미는 건 '고문'입니다
2025-11-1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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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때 밀기, 피부에 힐링일까 위험일까?
한국인들의 대표적 목욕 문화 ‘때 밀기’는 상쾌함을 주지만, 과하면 피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목욕탕은 단순한 세정 공간을 넘어 휴식과 힐링의 장소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타월이나 때 수건으로 온몸을 문지르며 피로를 씻어내는 과정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상쾌함을 느끼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특히 때를 박박 미는 과정은 목욕 후 개운함과 청결감을 극대화하는 대표적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피부 전문가들은 이런 ‘때 밀기’가 과하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하고 손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의 피부에는 표피층을 보호하는 각질과 피지, 수분층이 존재한다. 이 보호막은 외부 자극, 세균, 수분 손실로부터 피부를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타월이나 때 수건으로 강하게 문지르면 이 보호막이 벗겨지면서 피부 장벽이 손상될 수 있다.

◆ 때 밀기의 긍정적 효과와 한계
때를 제거하면 피부 표면의 묵은 각질과 먼지, 땀 등이 제거되어 일시적으로 피부가 매끄럽게 느껴진다. 또한 목욕 후 느껴지는 상쾌함과 청결감은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일부 연구에서는 각질 제거가 피부 재생을 촉진하고, 모공 속 노폐물을 제거해 트러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강도와 빈도다. 매일 강하게 때를 밀거나 뜨거운 물과 함께 문지르면 피부의 수분과 피지가 과도하게 제거된다. 이는 피부 건조, 가려움증, 홍반, 염증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이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피부 장벽이 손상되어 심각한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다.
◆ 피부 손상을 예방하는 올바른 때 밀기 방법
피부 전문가들은 때를 밀 때 몇 가지 원칙을 지킬 것을 권장한다. 첫째, 너무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몸을 충분히 불린 뒤 부드럽게 각질을 제거해야 한다. 피부가 충분히 불지 않으면 타월로 문질렀을 때 표피층 손상이 커진다. 둘째, 강한 힘으로 문지르기보다는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마사지하듯 제거하는 것이 좋다. 셋째, 민감한 부위나 손상된 피부, 상처가 있는 부위는 때를 밀지 않고 건너뛰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때 밀기를 한 후에는 반드시 보습을 충분히 해야 한다. 목욕 후 물기를 닦아낸 뒤, 유수분 밸런스가 맞는 로션이나 크림을 발라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 건조한 날씨에는 보습제를 평소보다 두껍게 바르거나, 목욕 후 5분 이내에 도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목욕탕 문화와 건강 사이
한국의 목욕탕 문화는 단순한 세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뜨거운 물에서 피로를 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회적·정신적 기능도 크다. 그러나 피부 건강을 고려하면, 때 밀기를 ‘무조건 많이 해야 하는 의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를 지나치게 제거하는 것은 피부 장벽 손상으로 이어지고, 반복되면 가려움증, 건조증, 염증 등 장기적인 피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목욕탕에서도 민감성 피부를 고려한 ‘부드러운 때 수건’ 사용과, 때 밀기 횟수를 줄이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집에서 목욕할 때도 강하게 문지르는 것보다, 충분히 불린 후 가벼운 마사지 방식으로 각질을 제거하고, 바로 보습을 해주는 것이 피부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 때 밀기 대신 가능한 대안
피부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목욕 후 청결감과 상쾌함을 얻고 싶다면, 각질 제거제를 활용하거나 부드러운 스크럽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주 1~2회 정도, 필요할 때만 각질 제거를 하면 피부를 보호하면서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목욕 후 충분한 수분 섭취와 보습 관리, 온도 조절을 통한 적정 수온 유지가 건강한 목욕 습관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때 밀기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목욕 문화지만, 피부 건강과 장기적 관리 측면에서 신중함이 필요하다. 피부 장벽을 지키면서, 상쾌함과 청결감을 동시에 얻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대인의 건강한 목욕법이라고 할 수 있다.
목욕 후 개운함을 느끼는 것이 반드시 때를 세게 미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피부를 보호하면서도 목욕 자체를 힐링으로 즐기는 습관이 진정한 ‘건강 목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