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폭락' 수준... 5년 만에 가격이 3분의 1로 내려간 과일
2025-11-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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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든 포도 중에서 가장 싼 포도로 전락

5년 전만 해도 한 상자에 5만원을 호가하며 '과일계의 에르메스'로 불렸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1만원대로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거봉이나 캠벨얼리보다도 저렴해진 샤인머스캣의 몰락은 무분별한 재배 확대와 품질 관리 실패가 빚어낸 결과다.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개발된 청포도 품종이다. 1988년 일본 농림수산성 과수연구소가 '아키쓰21'과 '하쿠난' 품종을 교배해 개발했으며, 2006년 정식 품종으로 등록됐다. 이 품종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당도와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과일 향, 그리고 씨가 없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육이 아삭하고 단단하며, 일반 포도와 달리 청량감 있는 향이 강해 고급 포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는 2000년대 후반 도입돼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재배 기술이 까다롭고 수확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았다. 2020년까지만 해도 샤인머스캣 2㎏ 한 상자는 3만~5만원대에 팔렸다. 고급 선물용으로 한 송이에 2만원 안팎의 가격을 자랑했다. 당도가 18브릭스(Brix) 이상으로 높고 향이 좋으며 씨가 없어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샤인머스캣의 가격은 1만∼2만원대로 확 내려갔다. 이제 전통적인 인기 품종인 거봉이나 캠벨얼리보다도 가격이 싸졌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2㎏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1만1572원이다. 이는 평년보다 54.6% 낮고 지난해와 견줘 19.1% 하락한 것이다. 일간 가격은 1만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소폭 회복했다.
샤인머스캣 지난달 평균 소매가격은 1만3314원. 이는 5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0월 평균 가격은 2020년 3만4000원, 2021년 3만3000원, 2022년 2만4000원, 2023년 2만1000원, 지난해 1만5000원, 올해 1만3000원 등으로 매년 가파른 내림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샤인머스캣 이달 도매가격도 2㎏당 7000원으로 작년(9900원)보다 3000원가량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인머스캣은 거봉이나 캠벨얼리보다 몇 배로 비쌌지만 이제 가장 싼 포도가 됐다. 지난달 평균 소매가격은 샤인머스캣이 2㎏당 1만3314원이고 거봉은 2㎏당 2만2952원으로 샤인머스캣보다 72% 높았다.
거봉은 일본에서 개발된 대표적인 흑포도 품종이다. 1942년 '이시하라와세'와 '센테니얼' 품종을 교배해 만들어졌다. 알이 크고 당도가 높으며 과육이 풍부해 1970년대부터 국내에서 고급 포도로 자리잡았다. 씨가 있지만 껍질이 쉽게 벗겨지고 과즙이 풍부해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캠벨얼리는 1㎏에 7917원. 2㎏으로 환산하면 1만5834원으로 샤인머스캣보다 19% 비싸다. 캠벨얼리는 미국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1892년 조지 W. 캠벨이 육성한 이 포도는 한국에 1900년대 초반 도입됐다. 가장 오래된 재배 품종 중 하나다. 알이 작고 신맛과 단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데다 재배가 쉽고 수확량이 많아 대중적인 포도로 자리를 잡았다. 짙은 자주색을 띠며 특유의 향이 있어 주스나 와인 제조에도 많이 사용된다.
거봉 가격은 2021년 10월만 해도 1만8963원으로 샤인머스캣(3만3435원)보다 43% 쌌다. 2021년 10월 캠벨얼리 1㎏당 가격은 8041원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샤인머스캣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지자 많은 농가가 재배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몇 년 만에 급락했다. 재배면적이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 데다 생육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품질까지 전반적으로 낮아져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샤인머스캣의 당도가 낮아진 데다 껍질도 질겨졌다고 말한다. 초기 샤인머스캣이 18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자랑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제대로 된 재배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당도가 14∼15브릭스 수준으로 떨어진 경우가 많다. 또한 과실을 크게 키우기 위해 과도하게 재배하다 보니 껍질이 두꺼워지고 식감도 나빠졌다.
포도 품종별 재배면적을 보면 지난해 기준 샤인머스캣의 비중이 43.1%에 이른다. 캠벨얼리는 29.3%, 거봉은 17.5%로 각각 집계됐다. 샤인머스캣 비중은 2017년 4%에서 2020년 22%, 2022년 41%로 치솟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샤인머스캣의 경우 한 송이에 1㎏짜리보다 600~650g 정도가 딱 맛있는 당도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