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간호조무사의 치명적인 실수, 환자는 20분 만에 사망했다
2025-11-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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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의 숨겨진 위험, 약물 착오의 비극
환자에게 투여될 약물을 잘못 준비해 사망 사고로 이어진 의료 과실 사건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간호조무사가 조제 과정에서 약품을 착오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3단독은 간호조무사 A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하며 약품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7월 통영 지역의 한 병원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환자는 간경화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었다. 담당 의사는 간 기능 개선을 위한 보조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도록 지시했다. 주사제 준비는 조제실에 있던 A씨가 맡았다. 문제는 조제실 환경이었다. 여러 종류의 약품이 비슷한 크기와 색을 띠며 보관돼 있었고, 주사제 라벨을 세심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혼동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A씨는 약품명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 없이 주사제를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약품이 주사기에 담겼다.
투약 과정은 별다른 이상 없이 진행됐다. 조제실에서 준비된 주사제는 담당 간호사의 손을 거쳐 환자에게 투여됐다. 그러나 약물은 간 보조제가 아닌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성분이었다. 평소 상태가 불안정했던 환자는 약물이 들어간 뒤 20여 분 만에 심정지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도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환자는 결국 숨졌다.
사망 원인이 약물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사건 초기에 확인됐다. 환자가 투여받은 약물이 병원 전산 기록과 일치하지 않았고, 약품 관리 대장을 통해 조제 단계에서 혼선이 있었다는 점이 파악됐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라벨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고, 병원 측 역시 조제실 환경과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약품 확인 절차는 환자 안전의 최종 관문으로, 의료인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의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과실로 직접적인 사망 결과가 발생한 만큼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족이 합의를 받아들였고 A씨가 초기에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한 점, 이전에 형사 처벌 이력이 없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물 착오’ 위험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조제실이나 병동에서 비슷한 포장과 용량의 약품들이 혼재해 있는 경우, 의료진이 순간적으로 착각해 잘못된 약을 투여하는 사고가 반복돼 왔다. 특히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중에 약품 확인 절차가 생략되면 위험은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약품 색상, 라벨 글씨, 보관 방식 등을 명확히 구분하는 병원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사제의 경우 약품 이름과 용량, 투여 경로 등을 육안으로 한 번, 스캔이나 전자 기록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이중 체크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의료진이 피로 누적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병원 차원의 근무환경 관리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 안전을 위한 제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조제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여전히 많다. 이번 판결은 의료 과실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병원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재판부 역시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인 만큼 병원 역시 약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