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친기업·반기업 이런 소리를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2025-11-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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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 기업 활동에 장애 최소화되도록 총력”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만나 기업 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기업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며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서 공동 대응을 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며 "전적으로 기업인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국제질서 변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동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기에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며 "그럼에도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라면 성과(이고),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없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첨병은 기업"이라며 "이것도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관세가 올라갔다지만 전 세계가 똑같이 당하는 일이어서 객관적 조건은 별로 변한 게 없다"며 "변화된 상황에 신속히 적응하고 기회를 만들면 우리에게도 좋은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학력고사 어려워졌다고 등수가 변하는 건 아니다"라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대미 투자 금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그 부분을 정부와 잘 협의해서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산업부에서도 그 점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완화를 포함한 각종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제가 세금 깎아달라는 얘기는 별로 안 좋아한다. 세금 깎아가며 사업해야 할 정도면 국제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그보다 여러분이 제일 필요한 게 규제 같다. 완화, 철폐 등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라며 "연구개발(R&D) 또는 위험 영역에 투자해서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우리가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선순위로 감수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친기업, 반기업 이런 소리를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비슷한 조건이라면 되도록 국내 투자에 지금보다 좀 더 마음 써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에 지방의 산업 활성화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도 부탁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저는 노동과 경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호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요소가 언제부터 너무 적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첨단산업의 경우는 역량이 문제이지 인건비 액수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기업의 경우 그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용적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저희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며 "그동안 대통령님 정말 노고가 많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회장은 "이제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저희 기업들은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투자 우려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우려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저희 삼성은 국내 투자 확대, 또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그리고 또 아까 말씀하신 중소기업·벤처기업과의 상생도 더더욱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상황이 어렵더라도,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데 지난 9월에 약속했던 대로 향후 5년간 매년 6만 명씩 국내에서 고용을 하겠다"며 "또 R&D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방 산업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한 것과 관련해 이 회장은 "저희가 짓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태원 회장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호응했다. 최 회장은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고용에 있어서도 "매년 8000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향후) 매년 1만4000∼2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정 회장은 올해 7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내년 1만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했고, 이와 함께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통한 수출량 확대도 약속했다.

구광모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한미 간 협상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사를 밝혔다.

여승주 부회장은 "우선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 조선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조선산업과 기자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미 투자 외에도 국내에서 조선·방산 분야에만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정기선 회장은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기계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세부 계획도 함께 전했다.

서정진 회장은 "현재 스타트업들과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1조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양국이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 내 3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추진하기로 한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확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방위산업 등 주요 기업들의 핵심 사업이 이번 협상에 포함된 만큼, 각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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