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깨졌다…제주 아닌 통영서 12톤 터진 ‘신품종 국민과일’ 정체

2025-11-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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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넘어, 감귤의 새로운 성지를 꿈꾸다
남해 바람이 키운 달콤한 혁신

겨울 문턱에 들어서자 남해의 온화한 바람이 감귤 향을 실어 나른다. ‘감귤은 제주’라는 오랜 고정관념이 여전히 굳건하지만, 이 공식을 뒤흔드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다. 경남 통영에서 올해 12톤 규모로 본격 출하를 앞둔 신품종 감귤 ‘윈터프린스(Winter Prince)’다. 제주가 아닌 육지에서, 그것도 남해안의 작은 도시 통영에서 대규모 감귤이 생산되는 모습은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진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경남도민신문에 따르면 윈터프린스는 제주 재배가 원류인 품종이지만, 통영에서 재배된 윈터프린스는 당도·향·식감에서 오히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해 특유의 풍부한 일조량, 해풍이 머금은 미네랄 토양, 겨울철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온도 등이 감귤 생육에 최적화된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지 생산자의 세밀한 재배 기술이 더해지며 ‘육지 감귤의 자존심’이라는 별칭도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이상현 통영동백커피식물원 대표는 “제주보다 햇빛이 많고 토질이 좋아 윈터프린스의 당도가 훨씬 높게 나온다”며 “같은 품종이라도 통영산은 단맛이 더 깊고 식감도 쫀쫀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5년 전 파프리카 시설 농장을 통째로 전환해 윈터프린스 전용 농장을 만들었다. 남해의 기후와 토양이라면 감귤 재배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난해 첫 수확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해는 2500평 규모 농장에서 약 12톤의 윈터프린스가 출하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남해 해풍 덕분에 병충해가 적어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다”며 “통영이 앞으로 육지 감귤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산 감귤 '윈터프린스' / 농촌진흥청 제공, 연합뉴스
국산 감귤 '윈터프린스' / 농촌진흥청 제공, 연합뉴스

통영동백커피식물원은 올해 스마트팜 자동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며 생산 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온도·습도·조도·급수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감귤이 자라는 미세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재배된 통영산 윈터프린스의 평균 당도는 13~15브릭스. 일반 제주 밀감보다 확연히 높은 수치로, 일정한 품질과 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 도입 이후 품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출하 수량도 예측 가능해졌다”며 “천연 미네랄 액비를 사용하는 친환경 방식으로 소비자 신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농장은 단순한 감귤 농장을 넘어, 지역 농업 혁신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윈터프린스는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해 탄생한 고급 만감류다. 이름 그대로 ‘겨울의 왕자’를 뜻한다.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손으로 쉽게 벗길 수 있고, 과즙이 풍부하며 향이 매우 은은하다. 한라봉의 탱글한 식감, 천혜향의 산뜻한 향, 레드향의 진한 단맛이 모두 조화된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이다. 외형·식감·향에서 기존 만감류보다 한 단계 높은 만족감을 주며, 최근 몇 년 새 고급 감귤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품종 중 하나로 꼽힌다.

만감류 품종 '윈터 프린스' / 농촌진흥청 제공, 연합뉴스
만감류 품종 '윈터 프린스' / 농촌진흥청 제공, 연합뉴스

통영이 특별한 이유는 국내에서 제주 외 지역 중 유일하게 윈터프린스를 상업적 규모로 재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배 난도와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품종이지만, 통영의 지형·기후가 이를 뛰어나게 보완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12톤 출하는 단순한 생산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감귤 주산지가 제주라는 공식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이자, 지역 농업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품종에 도전한 상징적 성과다.

통영산 윈터프린스는 오는 20일부터 본격 출하돼 연말까지 전국으로 배송된다. 가격은 1kg당 약 1만원 선으로 형성될 전망이며, 2.5kg 단위 포장 제품도 택배로 구매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올겨울엔 제주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윈터프린스를 통영에서 만나보시길 바란다”며 “감귤의 새로운 기준을 통영이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감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주 감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주의 독무대였던 겨울 감귤 시장에 통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며 오래된 감귤 지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신품종 국민과일’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닐 만큼, 윈터프린스는 이미 새로운 겨울 과일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남해의 바람이 키운 통영산 감귤이 올겨울 소비자들의 선택을 다시 써내려갈지 주목된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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