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반값까지 떨어졌다…문 열리자 ‘오픈런’ 터진 국민 식재료 정체

2025-11-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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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으로 증명된 배추 열풍
김장 비용 절감, 올해는 직접 담그자!

겨울 문턱에 접어들며 한파 소식보다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김장철’이다. 아침저녁으로 온도차가 커지면 미리 준비해야 할 재료를 떠올리게 되고, 가계부는 자연스레 셈법이 복잡해진다. 올해는 김장 비용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까. 이런 기대 속에서 최근 대형마트에선 오랜만에 보기 드문 ‘오픈런’ 현장이 펼쳐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16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한 대형마트가 문을 여는 즉시 고객들이 쏟아져 들어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배추 코너였다. 손님들은 앞다투어 배추 상자를 챙겼고, 준비된 초저가 할인 물량은 순식간에 동났다. 세 포기에 3000원이 채 안 되는 파격가에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강순희 씨는 “김치가 없어서 왔는데 너무 가격이 저렴해서 하나 살까 하다가 두 개 사려고요”라고 말했다.

김장철 수요가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이번 주, 시장에서 배추 소비자가는 한 포기 평균 3400원 수준. 지난달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김장재료를 고르고 있다 / 뉴스1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김장재료를 고르고 있다 / 뉴스1

지난여름 무더위와 잦은 비로 크게 올랐던 배추 가격은 최근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아직 20%가량 높은 편이지만, 정부와 유통업계가 집중적인 할인 조치를 펴면서 소비자가격만큼은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채소팀장 신기권 씨는 “생육이 부진하다 보니 김장용으로 쓰기에 좋은 비율이 낮아져 배추 가격은 도매시장 기준 조금씩 오름세로 전환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무는 지난해보다 23%, 대파는 15% 저렴해 김장에 필요한 일부 재료 비용은 감소했다. 반대로 갓·깐마늘·쪽파 같은 일부 품목은 올랐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체적인 김장 체감물가는 지난해보다 약 10%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양천구의 김정순 씨는 “무도 싸게 판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무 싸고 좋아요. 작년보다 오히려 더 싼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반색했다.

배추를 고르는 시민들 / 뉴스1
배추를 고르는 시민들 / 뉴스1

■ 김치는 왜 ‘국민 식재료’인가

이렇게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김치가 단순한 반찬을 넘어선 국민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김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는 기본 반찬이며 사계절 수요가 꾸준하고 가정·학교·식당 어디서나 소비되는 대표 식품이고 주재료·부재료 모두 국내 농산물 비중이 높아 물가 체감도가 높은 품목이다.

특히 김장철은 국민에게 ‘연례행사’이자 가족 공동체의 상징처럼 여겨져, 가격 움직임이 곧바로 뉴스가 되고 생활물가의 대표 지표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배추·무 등 김장 재료 가격 안정은 곧 국민 먹거리 안정과 직결된다.

김장 / bigshot01-Shutterstock.com
김장 / bigshot01-Shutterstock.com

■ 김장 비용 줄었는데…김치값은 왜 여전히 비쌀까

흥미로운 대목은 배추 가격은 안정됐지만 시중 김치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김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7.09였지만 올해 10월에는 134.45로 오히려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여름 가뭄에 따른 배추 품질 저하를 꼽는다. 원재료의 산지 가격이 낮더라도 품질이 떨어질 경우 김치공장에서 가공할 때 수율이 낮아져 오히려 원가가 오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마늘·쪽파 가격 상승, 멸치 생산 감소로 인한 액젓 가격 강세, 인건비 부담 등도 김치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직접 김장을 선택하는 가구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김장을 하겠다는 가구는 10집 중 6집, 그중 60%가량은 절임 배추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18포기 정도를 담그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 양장금주부

■ 올겨울 김장 적기는 언제?

기상청은 올해 11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12월∼1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지역별 적정 김장 시기는 다음과 같다.

중부지방: 11월 하순~12월 초

남부지방: 12월 초~중순

해안·남해안 지역: 12월 중순 이후

일평균 4도 이하, 일최저 0도 이하일 때가 가장 적절한 조건이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올해는 배추·무 가격이 크게 안정되며 김장 비용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에서 ‘오픈런’까지 벌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일부 부재료 가격 상승 요인과 김치 완제품 가격 고착화 문제는 남아 있지만, 기본 재료 가격이 내려간 만큼 많은 가정이 “올해는 직접 김장하겠다”며 지갑을 열고 있다.

국민 식재료인 김치를 둘러싼 김장 풍경이 올해는 조금 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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