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에 핀 하얀 가루, 변해버린 줄 알고 버렸는데 알고 보니...

2025-11-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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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추우면 더 자주 생긴다는 하얀 가루의 정체

블룸 현상이 발생한 초콜릿. / 'Mashed' 유튜브
블룸 현상이 발생한 초콜릿. / 'Mashed' 유튜브

초콜릿을 꺼내 봉지를 열었을 때 표면에 흰 가루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설탕이 굳은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초콜릿이 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하얀 가루는 설탕이 아니다. '블룸(Bloom)'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초콜릿 제조와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블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지방 블룸, 다른 하나는 설탕 블룸이다. 일반 소비자가 흔히 걱정하는 하얀 가루의 대부분은 지방 블룸에 속한다.

지방 블룸은 초콜릿 속 카카오 버터가 온도 변화에 따라 표면으로 이동하면서 결정화하며 생긴다.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에서 카카오 버터는 일정한 결정 구조를 가지도록 템퍼링 과정을 거친다. 템퍼링은 초콜릿의 광택과 질감, 파쇄 시 바스락거리는 소리, 입에서 녹는 느낌 등 품질과 직결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보관 중 온도가 급격히 변하거나 상온에서 장시간 노출되면 카카오 버터가 다시 결정을 이루면서 표면으로 올라오게 된다. 이때 생긴 결정을 우리는 하얀 가루처럼 보게 된다. 지방 블룸은 초콜릿의 맛이나 안전성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외관이 달라지고 표면이 거칠게 느껴질 뿐이다.

반대로 설탕 블룸은 초콜릿 속 수분과 관련이 있다. 설탕 블룸은 주로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발생하며, 초콜릿이 수분을 흡수하면서 설탕이 녹았다가 다시 결정화되며 표면에 하얀 가루를 남긴다. 설탕 블룸은 지방 블룸보다 맛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조금 높다. 표면이 거칠고 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때로는 텍스처가 미세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설탕 블룸 역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단순히 보관 조건에 따른 물리적 변화일 뿐이다.

블룸 현상이 발생한 초콜릿. / 'Mashed' 유튜브
블룸 현상이 발생한 초콜릿. / 'Mashed' 유튜브

요즘처럼 날씨가 매우 추운 날에는 블룸 현상이 평소와 조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초콜릿을 실내에서 바로 꺼내어 차가운 외부 공기에 노출하면, 카카오 버터와 지방이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표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한파로 실내 난방이 충분하지 않거나, 온도 차이가 큰 환경에서 보관한 초콜릿은 지방 블룸이 더 쉽게 나타난다. 또한, 냉장고에서 꺼낸 초콜릿을 바로 상온에 두면 온도 변화가 급격히 발생하면서 지방 블룸이 눈에 띄게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보관하면 초콜릿 내부 지방이 안정화되지 못해 설탕 블룸이 발생하기도 한다.

초콜릿 블룸을 예방하는 방법은 보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은 18~20도 사이, 습도는 50% 이하에서 보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냉장고에 넣는 경우, 특히 문을 자주 열고 닫는 환경에서는 온도 변화가 심해지기 때문에 블룸이 쉽게 생길 수 있다. 냉장고에 넣어야 할 경우에는 밀폐 용기에 넣어 습기를 막고, 섭씨 2~3도의 온도 변화도 최소화하도록 한다. 블룸이 생겼다고 해서 초콜릿이 상한 것은 아니지만, 제품의 외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블룸 현상은 초콜릿의 종류와 성분에도 영향을 받는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보다 밀크 초콜릿에서 더 쉽게 관찰된다. 밀크 초콜릿은 카카오 버터 외에도 우유 지방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지방 성분이 온도 변화에 민감해 표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화이트 초콜릿 역시 카카오 고형분은 없지만 카카오 버터와 설탕, 우유 고형분이 포함되어 있어 블룸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설탕 블룸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지만, 겨울철 극심한 한파에서도 지방 블룸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

블룸 현상이 발생한 초콜릿. / 'Mashed' 유튜브
블룸 현상이 발생한 초콜릿. / 'Mashed' 유튜브

초콜릿 제조사들은 블룸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다. 템퍼링 과정에서 카카오 버터 결정 구조를 안정화하고, 제품 포장 단계에서 습기와 온도 변화에 민감하지 않도록 포장지를 설계한다. 또한 유통 과정에서 냉장고를 피하거나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물류 관리가 중요하다. 일부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는 지방 블룸과 설탕 블룸이 생기지 않도록 첨가물을 사용하거나 유화제를 활용해 지방 이동을 억제하기도 한다.

블룸이 생긴 초콜릿을 발견했을 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지방 블룸은 맛이나 질감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며, 설탕 블룸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블룸은 초콜릿이 천연 지방으로 만들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블룸이 생긴 초콜릿은 살짝 녹여 재결정화하면 표면이 다시 부드럽고 광택 있게 돌아오기도 한다. 50도 정도에서 천천히 녹인 뒤, 27~28도까지 식히고 다시 31~32도로 올리는 템퍼링 과정을 통해 표면 블룸을 제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초콜릿의 바삭한 질감과 입안에서 녹는 맛을 되살릴 수 있다.

일부 제과점은 블룸이 생긴 초콜릿을 겉면을 살짝 가열하거나 광택 처리해 판매하기도 한다. 블룸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장 장소를 서늘하고 건조하게 유지하고, 직사광선과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가 매우 추운 날에는 블룸이 평소보다 더 자주 관찰될 수 있다. 차가운 공기와 실내 온도 차이, 급격한 냉온 변화는 지방 블룸을 유발하기 쉽다. 따라서 겨울철 초콜릿을 구매하거나 보관할 때는 온도 변화가 최소화되는 밀폐 용기를 사용하고, 필요시 서서히 실내 온도에 맞춰 적응시키는 것이 좋다.

초콜릿 블룸에 대해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 / 'Lazars Chocolates'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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