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이 빨간색인 이유, 고기 색깔 때문인 줄 알았는데... 절대 아니다
2025-11-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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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가열하면 갈색으로 변하는데 왜 햄은...

햄이 가공식품의 대명사인 햄은 대부분 빨갛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이 단순히 고기 자체의 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햄의 선명한 붉은색은 고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색이 아니다. 대부분 발색제라는 첨가물 때문이다. 햄 제조 과정에서 고기의 색을 안정화하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화학적 처리 과정이 존재하며, 이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제품의 보존과 관련이 있다.
햄은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염지액에 절인 뒤 숙성과 가열을 거쳐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고기의 색은 조리와 저장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갈색으로 변하기 쉽다. 육류 속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은 산소와 결합하면 선홍색을 띠지만, 가열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선명한 분홍빛을 유지하기 위해 제조사는 질산염 또는 아질산염 계열의 발색제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아질산나트륨(NaNO₂)이 햄과 소시지에 많이 사용된다.
발색제의 역할은 단순히 색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고 저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특정 조건에서 살모넬라나 리스테리아 등 병원성 균의 성장을 억제하며,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한다. 또한 발색제는 가열 과정에서 미오글로빈과 결합해 햄 특유의 분홍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한다. 고기가 갈색으로 변하지 않고 소비자가 기대하는 색감을 보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햄 속 발색제 사용은 역사적으로도 오래됐다. 19세기 유럽에서 육류 보존 기술이 발달하면서, 염지와 아질산염 처리로 장기간 저장 가능한 햄이 만들어졌다. 당시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아질산염은 육류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소비자가 식품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선명한 색과 미생물 안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 때문에 여전히 햄과 소시지 제조 과정에 사용된다.
발색제가 없으면 햄은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을 띠고, 표면이 탁하게 보일 수 있다. 이는 맛이나 안전성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시각적 신뢰도에는 영향을 준다. 특히 선물용 햄이나 고급 햄 제품에서는 발색제 사용 여부와 색 안정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햄의 색과 관련된 오해 중 하나는 붉은색이 고기 본연의 신선도를 나타낸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기 속 자연적인 미오글로빈과 발색제가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발색제가 없는 상태에서 가열한 햄은 대체로 갈색 또는 연한 회색을 띤다. 소비자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햄을 접했을 때 선명한 분홍빛을 보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발색제가 첨가됐기 때문이다.
햄 제조사들은 발색제 사용량과 법적 기준을 엄격히 준수한다.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면서도 색과 보존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돼 있다. 발색제는 조리 과정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며, 표준적인 섭취량에서는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1군(Group 1) 발암물질, 즉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하다는 증거가 있는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IARC의 판단 근거는 역학 연구에서 가공육 섭취와 결장암(대장암)의 높은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는 것이다. 특히 IARC와 WHO는 50g의 가공육(햄 한두 조각에 해당하는 양)을 매일 섭취할 경우 결장암 위험이 약 18%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개인이 암에 걸릴 확률이 절대적으로 매우 커진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연구를 종합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다. 
발색제는 햄 외에도 소시지, 베이컨, 핫도그 등 다양한 가공육 제품에서 사용된다. 특히 가열과 염지 과정을 거친 가공육에서는 미생물 안정성과 색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발색제 사용이 일반적이다. 가정에서 햄을 구워 먹을 때에도 내부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야 미생물 안정성이 확보되며, 발색제가 이미 고기와 결합해 색을 안정시키기 때문에 외관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발색제가 들어간 햄은 보관 환경에 따라 색상이 일부 변화할 수 있다. 온도 변화가 심한 환경이나 장기간 냉장보관 시 표면에 약간의 색상 변동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햄이 상한 것이 아니라 발색제와 단백질 구조의 미세한 변화로 인한 현상이다. 색이 흐려지거나 일부 표면이 연하게 보일 수 있으나, 섭취에는 문제가 없다.
발색제 사용은 소비자가 햄을 선택할 때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일부 소비자는 첨가물 사용을 최소화한 ‘무발색제’ 햄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품은 발색제를 사용하지 않아 갈색이나 연한 색상을 띠지만, 제조 과정에서 고온 가열과 진공 포장, 냉장 보관 등 다른 안전 관리 절차를 통해 품질을 유지한다. 발색제가 없더라도 안전한 섭취가 가능하며, 색상의 차이는 첨가물 사용 유무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햄의 발색제는 소비자가 식품의 색과 품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발색제의 사용 여부와 기능을 이해하면, 붉은색이 단순히 고기 본연의 색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발색제 사용량이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한,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첨가물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