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금, 겨울의 문턱을 넘다"

2025-11-18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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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금, 겨울의 문턱을 넘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찬 바람이 뼛속을 파고드는 초겨울의 문턱, 경북 김천의 한적한 마을에 ‘검은 황금’을 든 온기의 전령사들이 나타났다. 지난 17일, 공무원연금공단 대구지부와 김천상록봉사단 회원 20여 명은, 올겨울 추위가 유난히 더 시릴 이웃들의 겨울 채비를 돕기 위해 기꺼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10년의 약속, 1500장의 온기

이들의 손에 들린 것은 단순한 연탄이 아니었다. 한 장 한 장 손에서 손으로 옮겨질 때마다, 그 안에는 이웃의 겨울을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이 더해졌다. 올해로 10년째 이어져 온 이들의 묵묵한 약속은, 1,500장의 검은 연탄이 되어 다섯 가구의 창고를 든든하게 채웠다. 이는 겨우내 방 안을 덥힐 든든한 연료이자,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는 희망의 증거였다.

####손끝에 묻은 검댕, 가슴에 피어난 훈장

봉사자들의 얼굴과 옷에는 이내 검은 얼룩이 묻어났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 대신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이웃의 따뜻한 겨울을 책임진다는 보람은 그 어떤 피로도 잊게 할 만큼 값진 것이었다. 이들에게 검댕은 더러움이 아닌, 나눔의 기쁨을 상징하는 자랑스러운 훈장이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가장 뜨거운 에너지

이날 봉사활동은 지역 사회의 촘촘한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퇴직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봉사단과 현직 공무원, 그리고 지역 행정복지센터가 ‘원팀’이 되어,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정확히 찾아내고 실질적인 도움을 건넸다.

####겨울은 춥지만, 우리는 외롭지 않다

박종무 공단 대구지부장은 “오늘 우리가 나른 연탄 한 장이, 이웃들의 시린 몸과 마음을 녹이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이 없는지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사람이 사람에게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나눔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땀방울 덕분에, 김천의 겨울은 예년보다 한층 더 따뜻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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