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시리즈 1편] DL그룹 건설 현장의 죽음은 왜 멈추지 않는가...“또 사람이 죽었다”

2025-11-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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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L그룹의 중대재해는 ‘산발적 사건’이 아니라 ‘패턴’이다
- 고위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부산항 진해신항 전경. / 사진=위키트리 DB
부산항 진해신항 전경. / 사진=위키트리 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항 진해신항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사고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DL그룹의 현장에서는 더 이상 ‘우연’이라 부를 수 없는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이 시리즈는 DL이앤씨·DL건설을 중심으로, 그룹 건설계열에서 수년간 이어진 중대재해의 패턴과 책임 구조를 해부한다. 첫 편은 “왜 반복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1. 또 죽음이 있었다…그리고 회사는 ‘정확한 상황 파악 중’이라는 상투적인 말만 반복한다

17일 오전 8시 39분, 부산항 진해신항 남측방파호안 공사 현장에서 협력업체 선원 A씨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해상 하역작업은 항상 ‘최고 위험도 작업’으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사람이 그대로 빠졌다.이 말은 곧 현장 통제·감시·위험관리 어느 하나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고 직후 DL이앤씨는 “정확한 사고 상황 파악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그러나 이 문장은 몇 년 동안, 그리고 여러 현장에서, DL그룹이 반복해 사용해온 문장이다. 그 사이 현장에서는 사람이 계속 죽었다.

2. DL그룹의 중대재해는 ‘산발적 사건’이 아니라 ‘패턴’이다

DL그룹이 안전관리 실패로 누적한 사망사고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사망 비율이 높다

하청·재하청 인력 중심의 현장에서 안전조치는 “문서”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작업자는 위험을 떠안고, 원청은 안전책임을 실질적으로 실현하지 못한다.

② 고위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해상작업, 고소작업, 중장비 동선 충돌 등 “반드시 안전관리자가 붙어 있어야 할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③ 사고가 발생해도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는다

DL건설은 의정부 사망사고 이후 경영진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 ‘의지 표명’은 조직 구조와 현장 운영 방식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불과 몇 달 만에 또 사망사고가 터졌다는 것이 그 증거다.

DL그룹의 사고는 더 이상 개별 사건이 아니다. 기업 구조와 안전문화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

3.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어도…DL그룹 현장에서 ‘법의 존재감’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대형 건설사들은 ‘안전 최우선’을 외치며 전사적인 조직개편을 선언했다. 그러나 DL그룹에서 반복된 사고는, 법의 존재가 현장에서는 실질적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교육은 서류로 끝나고, 위험성 평가표는 복사·붙여넣기 수준이며, 현장 안전관리자는 일정에 쫓기고, 관리책임자(경영책임자)는 실제 현장을 보지 않는다. 결국 법이 살아있지 않으니,현장은 계속해서 죽는다.

4. “우리는 지시만 받았습니다”…사고 현장의 가려진 구조적 문제

취재기자가 여러 사고현장을 취재하며 들은 말은 늘 비슷했다. “작업을 멈출 권한이 없어요.” “안전관리자가 있어도 인력 부족이라 대부분 서류업무에 매달립니다.” “위험하다고 말해도 일정 때문에 무시됩니다.”

현장은 알고 있다. '문제는 ‘관리자가 누구냐’가 아니라 ‘관리자가 무엇을 실제로 통제하고 있느냐’라는 것을. DL그룹의 현장에서 드러난 공통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안전관리자인데 작업지시까지 맡는 ‘겸직 구조’ 하청→재하청 구조로 안전 책임의 파편화 안전예산이 ‘비용’으로 취급되는 조직문화 공정 압박이 안전 절차를 무력화하는 관행 이런 구조에서는 교육을 아무리 시켜도, 보호구를 아무리 지급해도 사람은 다시 죽는다.

5. 반복되는 죽음, 반복되는 사과…그러나 바뀐 것은 없다

11월 17일 DL이앤씨는 대표이사 박상신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거 사고를 돌이켜 보면, DL그룹의 사과문은 항상 똑같았다.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합니다.” “원인 규명 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재발 방지 대책’이 실질적 변화를 이뤄냈다면 오늘 같은 기사와 시리즈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과문은 나와도,안전은 돌아오지 않는다.

6. DL그룹이 바꿔야 하는 것은 ‘문구’가 아니라 ‘구조’다

DL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관리 부서의 역할’이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다음 두 가지다.

① 안전보다 공정·수익을 우선하는 경영 구조 계획을 늦출 수 없는 조직에서는 “위험하니 멈추자”는 말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

② 원청-하청-재하청 구조의 안전책임 실종 “우리도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 “현장은 하청이 맡아서…” 이 말로는 더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결론: DL그룹의 중대재해는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다

DL그룹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사람이 계속 죽는 현장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기업 구조와 안전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것인가.

이번 시리즈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사람이 또 죽은 현장에서,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그리고 왜 DL그룹만 반복되는지. 위키트리 탐사보도 "시리즈는 5편까지 계속해서 보도합니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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