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전격 재설치…인천대교 갓길에 600여개 등장한 '이것' 정체

2025-11-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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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 논란 끝에 철거됐지만 2개월 만에 재설치

인천대교 갓길에서 한차례 자취를 감췄던 플라스틱 드럼통이 약 2개월 만에 다시 등장했다. 올해 8월 전량 제거됐던 투신 방지 시설물이 9월 연이은 사망사고를 계기로 재설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인천대교 갓길에 설치된 드럼통 / 뉴스1
인천대교 갓길에 설치된 드럼통 / 뉴스1

18일 인천대교 운영사에 따르면 주탑 인근 양측 방향 총 3km 구간(각 방향 1.5km)의 갓길에 플라스틱 재질의 드럼통 600여 개를 지난달 다시 배치했다.

인천대교는 당초 2022년 11월 투신 사고 방지 목적으로 드럼통 1500개를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나 차량 고장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갓길 사용이 불가능해 오히려 교통안전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관련 기관들과 논의를 거쳐 올해 8월 전체 드럼통을 모두 철거했다.

그러나 철거 직후인 9월, 인천대교에서 4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하며 3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행방불명됐다. 이처럼 사망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자 투신 방지 시설의 재설치 필요성이 급부상했다.

운영사 측은 "유관기관과 협의해 임시방편으로 다시 드럼통을 설치했다"며 "사고 위험 시간대에는 주탑 구간에 순찰차를 10분 단위로 정차시키며 예방 활동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일부 구역의 드럼통은 외벽 쪽으로 이동 배치해 갓길 활용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천대교 갓길에 설치된 주정차 방지용 드럼통 / 연합뉴스
인천대교 갓길에 설치된 주정차 방지용 드럼통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보다 확실한 해결책으로 안전난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재원 확보를 거쳐 내년까지 주탑 주변 양방향 7~8km 구간에 높이 2.5m의 추락 방지 안전난간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상 공사비는 약 80억원 규모다.

인천대교는 2009년 10월 개통 후 지금까지 심각한 투신 사고 다발 지점으로 기록돼 왔다. 개통 이래 현재까지 총 90명이 다리에서 투신을 시도했으며, 이 중 6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생존자는 9명에 불과하다.

다만 드럼통 재설치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드럼통은 차량의 일시 정차를 어렵게 만드는 효과는 있지만, 투신 시도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드럼통이 설치된 상태에서도 투신 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2.5m 이상의 안전난간이나 방지망 같은 물리적 차단 시설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 감시시스템, 경보장치,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결합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천대교 전경 / 인천시 제공
인천대교 전경 / 인천시 제공

한편 안전난간 설치를 둘러싼 예산 논란도 있다. 허종식 국회의원(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지난해 국토부에 120억원의 설치 예산을 요청했으나,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도로에 국비를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천대교 운영사도 2039년 10월 운영권을 정부에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을 자체 부담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허 의원은 "인천대교 투신 사망자가 매년 나오는 상황에서, 운영사 측에만 안전대책을 맡기고 기다릴 순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 사고 방지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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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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