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7억 당첨되자 동료에게 4억 쾌척한 사람의 당황스러운 근황

2025-11-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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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협박당했다면서…학원비는 왜 받았나?”

로또 추첨 자료 사진. / 뉴스1
로또 추첨 자료 사진. / 뉴스1

로또 1등 당첨자가 번호를 고르는 데 도움을 준 동료 부부에게 감사 표시로 당첨금 일부를 건넸다가 변심해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법조 전문지 로톡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장인 A 씨는 동료 B 씨가 소개해 준 로또 번호 제공 사이트에서 받은 번호로 복권을 샀는데, 덜컥 1등에 당첨됐다.

당첨금만 무려 17억원. 세금을 떼고도 11억7000여만원의 거금이 A 씨의 손에 들어오게 됐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지은 순간, A 씨의 곁에는 동료 B 씨와 그 남편 C 씨가 있었다. 그들은 함께 서울로 올라가 호텔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은행에서 당첨금을 찾는 순간까지 동행했다.

당첨금을 수령한 날, A 씨는 당첨금의 3분의 1이 넘는 4억원을 B 씨 부부에게 건넸다. 그리고 얼마 뒤, A 씨는 "그 돈은 빼앗긴 것"이라며 법원에 소장을 냈다.

A 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되자 B 씨 부부가 돌변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B 씨 부부가 나를 감금하고 감시하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 이겨 1억원을 줬고, 나머지 3억원도 '보관해 주겠다'는 핑계로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A 씨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였으므로 돈을 준 행위를 취소한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B 씨 부부의 입장은 달랐다. 억지로 뺏은 게 아니라, 로또 당첨에 기여한(번호 제공 사이트 소개) 감사의 표시로 A 씨가 자발적으로 챙겨줬다는 취지였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은 원고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돈을 뺏겼다고 보기에는 그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첫째, 신고가 없었다. 만약 4억원이라는 거금을 뺏겼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A 씨는 돈을 건넨 직후 반환을 요구한 정황이 없고, 형사 고소조차 하지 않았다.

둘째,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목을 잡았다. 돈을 건넨 지 5일 뒤 A 씨는 B 씨에게 "4억원을 줬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협박이나 감금에 대한 원망은커녕, 자발적으로 돈을 줬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셋째, 선물이 오갔다. 돈을 뺏긴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라고 보기엔 너무나 화기애애했다. A 씨는 돈을 건넨 다음 날 B 씨로부터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심지어 며칠 뒤에는 B 씨가 A 씨의 운전학원 등록비 100만원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납치·감금범이 피해자의 학원비를 내주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의 강박으로 인해 돈을 지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폭행이나 협박을 했는지에 대한 입증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로또 1등의 기쁨은 소송전으로 얼룩졌고, A 씨는 동료에게 건넨 4억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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