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적'] “한국주택금융공사 더는 숨을 곳 없다… 실수요자보다 규정을 택한 기관의 민낯”

2025-11-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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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요자보다 규정 택한 주금공…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다”
- “전세사기·PF 리스크 방치… 감독기관이 아니라 위험의 통로가 됐다”
- “검토만 반복하는 무책임… 정책 실패의 책임, 이제는 피할 수 없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정책금융기관”이라는 명함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 사진=자료사진
2025년 국정감사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정책금융기관”이라는 명함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 사진=자료사진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2025년 국정감사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정책금융기관”이라는 명함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번 국감은 한마디로, 정책 설계 실패와 리스크 관리 부실이 동시에 드러난 현장이었다. 실수요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이 실수요자를 가장 먼저 밀어낸 사실이 확인되자 의원들은 말했다. “이 정도면 우연이 아니다. 구조적 방치다.”

“결혼하면 불리해지는 대출”… 제도 설계가 부른 명백한 정책 실패

보금자리론의 ‘혼인 페널티’ 구조는 더 이상 단순한 제도 미스가 아니다. 결혼 전에는 1인 소득 기준으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혼인신고 후 부부 합산 기준으로 넘어가면 오히려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기형적 구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통계는 냉정하다.

혼인신고 1년 이상 미루는 비율 19% 2년 이상 지연 비율 8.8% 젊은 세대가 대출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현실은, 주거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의 정책 실패 그 자체다. 그러나 주금공의 답변은 “검토하겠다”는 원론뿐이었다. 정책 설계의 오류가 사회현상으로까지 확산됐는데도, 그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세사기 심사 구멍… “63%가 사각지대”라는 사실 앞에서 공사는 무엇을 했나

전세사기는 이미 사회적 재난에 가깝다. 그럼에도 전세사기 위험을 거치지 않은 보증서가 63%에 달했다는 국감 지적은, 주금공이 스스로 “보증기관”이라는 핵심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특히 저소득층·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대출에서 이런 사각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주금공은 자료 제출·백데이터 구축·적발 체계에 있어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수년간 반복된 전세사기 피해에도 불구하고 심사 프로세스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청년에게 “나라가 안전망이 돼주겠다”고 약속한 정책이긴 했지만, 정작 정책 집행 기관은 위험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국감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답변이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는 평가다.

PF 특례보증의 특정 건설사 쏠림… “정책금융이 민간 대기업 구조조정 창구인가”

주금공의 PF특례보증은 원래 부실 위험이 커진 사업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책금융 장치다.

그러나 국감 자료를 보면 이는 한 건설사를 위한 구조조정 창구처럼 흘러갔다.

12개 사업장 지원 규모: 약 1조 5천억 원 이 중 특정 건설사 7개 사업장에 집중된 금액: 약 1조 560억 원

정책금융기관이 특정 민간기업 리스크를 지나치게 떠안는 구조는 명백한 운영상 실패다. 민간기업도, 금융기관도 감히 떠안지 않는 리스크를 공적보증이 짊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형평성 논란까지 확산됐다. 비수도권 연체율이 수도권 대비 1.3배 높다는 통계 앞에서도, 주금공은 왜 ‘특정 지역’과 ‘특정 시공사’에 집중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질문은 단순하다. 주금공은 누구의 리스크를 떠안았고, 누구의 리스크를 외면했는가.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국감에서 주금공이 보여준 태도는 일관됐다. 모든 지적에 대해 “검토하겠다”, “향후 개선하겠다”, “마련하겠다”. 그러나 실수요자에게는 “언제 어떻게 바뀌는지”가 중요하다.

정책금융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 이 한 기관의 결정은 젊은 부부의 결혼 시기, 청년의 전세 안전, 지역의 금융 흐름, 건설사 리스크 구조까지 바꾼다. 그럼에도 주금공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보다 “형식적 개선 의지”만 되풀이했다.

국감은 끝났지만, 문제는 남았다. 주금공이 이 책임을 어떻게 수습할지, 그리고 어떤 속도로 현실을 바꿔낼지에 따라 기관의 신뢰는 다시 세워질 수도,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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