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고개 숙이고 중국은 주머니에 손…중일 협의 영상 뜨자 일파만파
2025-11-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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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 영상으로 일본에 압박 강도 높이다
日영화 개봉 중단, 외교적 갈등 고조되는 양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관계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이 군함을 동원한 무력행사를 벌인다면, 이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곧바로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유사시 상황에서 일본 국민에게 위협이 될 경우, 이를 무력으로 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친 대만 성향이자 강경 보수주의로 알려져 있다. 해당 발언 역시 미·일 동맹과 안보 태세를 강조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그의 숨겨진 의도라는 해석이 있다.

그런데 지난 18일 중국과 일본 외교 당국의 국장급 협의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며,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베이징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 외무성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중국 외교부 류진쑹 아시아국장 간 국장급 협의가 열렸다.
협의에서는 중국 측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고, 일본 측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영상에는 류 국장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굳은 표정으로 가나이 국장을 내려다보고, 가나이 국장이 류 국장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이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영상은 중국 관영매체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먼저 공개된 뒤 일본 언론과 SNS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일부 중국 매체는 영상 제목을 ‘고개 숙여 중국 외무성을 떠나는 일본 관리’로 달아 일본이 해명하러 온 듯한 인상을 부각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해당 영상을 의도적으로 배포해 외교적 우위를 과시하려 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관영 중국중앙TV(CCTV)가 실무적 접촉 장면을 외교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듯한 구성으로 내보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보도 방식은 중국이 사태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선전전의 일환”이라며 “류 국장의 인민복풍 복장에는 자국 여론을 겨냥한 애국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도 “중국 측이 우위를 어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현장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는 영상 속 장면 해석을 두고 보완 설명도 나왔다. 양국 국장이 로비에 잠시 멈춰 선 상황에서 류 국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야기하는 동안, 가나이 국장이 옆에 있던 통역의 말을 듣기 위해 몸을 기울이는 모습이 화면상 ‘고개 숙임’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면담 직후 공개된 영상이 상징적 장면으로 떠으르며, 협의의 실질적 내용보다 일종의 프레임이 외교 현안을 덮는 모양새다. 상호 불신이 온라인 공간과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 증폭되면서 양국 간 향후 협의 환경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일령'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를 비롯한 일본 영화들의 중국 개봉 잠정 중단을 공식화했다.
관영 중국중앙TV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일본 영화 상영이 중단될 것"이라며, "이번 조정은 일본 영화의 시장 성과와 중국 관객 정서를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두 영화는 이미 예매표가 풀린 상황임에도 개봉 취소 통지를 받았다. 개봉 중인 영화도 타격을 입었다. 최근 중국에서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매출이 하락했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다카이치 총리가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반격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양국은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외교 채널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