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생살 찢는' 고통 참았던 아이, 고시 합격 후 부산에 벌인 일
2025-11-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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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암 투병 경험이 이끈 부산 ‘양성자치료센터’ 추진
어렸을 때 암 투병을 했던 경험을 잊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나선 공무원이 있다.
19일 중앙일보는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박 국장은 최근 기장군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양성자치료센터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비수도권 최초 입자치료센터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40년 전 림프종 진단과 2년간의 투병 경험이 그 배경에 있다.
◆ 투병 경험이 만든 목표
박 국장은 “40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정상세포까지 파괴돼 상체 발달이 덜 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마취없이 생살을 찢어서 암 조직검사를 하는데도 울지 않았어요. 제가 울면 엄마 마음이 더 아프니까"라고 회상했다.
박 국장은 “암 조직만 사멸시키는 중입자·양성자 치료를 지방에서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양성자 치료센터는 서울과 고양에만 있어, 부산 등 비수도권 환자는 치료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은 7대 광역시 중 1인당 암환자가 가장 많고,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박 국장은 이를 기반으로 의료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하면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7년 서울대병원의 중입자치료센터, 2032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운영하는 양성자치료센터까지 완공되면 초기부터 말기암까지 부산에서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구상이다.
◆ ‘생산-연구-치료’ 통합 체계
박 국장은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과 재생의료 연구를 병행하는 ‘생산-연구-치료’ 체계 구축도 강조했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수출용 신형연구로’를 통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재생의료 연구를 수행하면 치료부터 연구까지 통합된 시스템이 완성된다. 이를 기반으로 부산을 암치료 특화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에는 약 2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국장은 “기장군의 방사선·과학 산업단지에 중성자 도핑 기반 전력반도체와 방사선 테스트 인프라가 구축되면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료 인프라와 첨단 산업을 결합해 지역 경제와 연구 개발을 동시에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 서민 출신 공무원의 사명감
박 국장은 자칭 '흙수저' 출신이다. 공무원을 원한 부모님의 뜻에 따라 다섯 번 도전 끝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학창 시절에는 ‘침묵하는 다수’에 속했지만, 2007년 공직에 들어선 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적극적 성격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최초 상설 야시장 도입(2013),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2021), 해운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선정(2024) 등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김해공항 확장안 폐지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공직 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일로 꼽았다. 박 국장은 “긴급 투입돼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엄청난 업무량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지만, 시민의 뜻을 관철시켜 뿌듯했다”고 말했다.
◆ 첨단 기술과 시민 삶 향상 목표
박 국장은 매일 20편이 넘는 연구 보고서를 읽으며 글로벌 트렌드를 익히고, 부산을 첨단 AI 도시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서민들의 삶이 편안해지는 데 기여하고, 공직자로서 기억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국장의 추진력은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 부산의 의료 자립과 국제적 의료관광 기반 마련이라는 공익적 목표와 맞닿아 있다. 양성자치료센터와 중입자치료센터가 완공되면, 지방 환자들이 장거리 이동 없이 최첨단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이 첨단 의료와 과학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박동석 국장의 경험과 전략은 개인의 투병 기록이 지역 의료 체계 혁신과 산업 발전까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