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적'] 부산대병원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2025-11-20 04:50
add remove print link
- 공공기관의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은 병원… 국감이 밝힌 불편한 진실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부산대병원은 ‘문제 많은 병원’이 아니라 ‘관리 기능이 마비된 병원’에 가까웠다. 의료의 기본, 조직의 기본, 공공병원의 기본이 모두 무너진 채 방치돼 있었다. 그리고 병원은 이유만 댔을 뿐, 책임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 “보험료 아까워서” 환자 안전을 포기한 국립대병원
부산대병원은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돈 아까워서다.
환자·의료진 보호라는 기본 의무조차 비용 문제로 내던진 셈이다.
국립대병원이 “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책임보험을 거부하는 현실은 공공병원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국감장에서 나온 “공공병원 맞느냐”는 질타는 정확했다.
■ 필수과 붕괴, 교수 이탈… 병원 스스로 인력 시스템을 드러눕혔다
필수과 전공의 충원률은 절반 이하, 교수 25명은 병원을 떠났다. 이쯤 되면 ‘어려움’이 아니라 병원 내부 시스템 붕괴다. 전공의가 없어서 교수가 떠나고, 교수가 없으니 전공의는 더 오지 않는 악순환을 병원은 이미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병원의 해명은 “힘들어서 떠났다” 수준에 머물렀다. 중증·응급을 책임지는 국립대병원이 인력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 미환불 진료비 수천만 원… 방치된 행정의 민낯
부산대병원에 쌓인 미환불 진료비는 수천만 원대. 환자가 직접 나서야 돌려주는 뒤틀린 행정 시스템이 오랫동안 유지돼왔다.
이 문제는 단순 실수가 아니다. “행정을 개선할 의지가 없었다”는 증거다. 병원은 그동안 환금 절차를 사실상 방치했고, 이번 국감에서야 뒤늦게 “개선하겠다”고 했다.
■ 재정악화–투자중단–인력유출… 위기는 ‘예고된 파탄’
재정 악화로 투자 줄이고, 투자 줄이니 근무환경이 나빠지고, 결국 인력은 떠났다. 이 구조는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병원이 오랫동안 방치해 온 결과다.
국감에서 확인된 부산대병원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 병원 운영의 핵심축 전체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태였다.
■ 결론: 부산대병원은 지금 ‘변명 말고 구조개혁’을 보여야 한다
부산대병원의 위기는 외부 요인이 아니다. 병원이 스스로 만든 문제이고, 스스로 키운 문제다.
보험 공백, 인력 공백, 행정 공백. 이 세 가지 공백을 방치한 병원은 결국 공공의료의 공백을 만들어낸다.
부산대병원은 더 이상 “어려웠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지금 이 병원이 내놓아야 할 것은 오직 하나, 책임지고 고치는 모습,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