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장 발칵…563만 ‘좀비딸’ 꺾고 ‘청룡영화상’ 6관왕 휩쓴 한국 영화

2025-11-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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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보여준 박찬욱의 대승
부부 주연상 수상으로 빛난 청룡영화상

제46회 청룡영화상이 열린 19일 서울 여의도 KBS홀. 시상식장 분위기는 한 작품이 주요 부문을 연이어 휩쓰는 순간마다 술렁였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6관왕을 차지하며 2025년 청룡의 가장 강력한 주인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563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좀비딸’을 제치고 최우수작품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되자, 현장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졌다.

여우주연상 수상 호명 장면 / 유튜브 'KBS Entertain'
여우주연상 수상 호명 장면 / 유튜브 'KBS Entertain'

‘어쩔수가없다’는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손예진), 감독상(박찬욱), 남우조연상(이성민), 음악상(조영욱), 의상상(조상경)까지 총 6개 부문을 가져가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수상소감은 현재 이병헌과 함께 미국 LA 아메리칸 시네마테크에서 진행 중인 회고전에 참석하고 있는 박 감독을 대신해 배우 이성민이 낭독했다.

박찬욱 감독은 전해온 소감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제가 처음 소설 원작을 읽었던 20년 전부터 줄곧 품어온 꿈이 이뤄진 결과"라면서 "결국 이 이야기를 한국 영화로 만들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 볼 때는 단순하고 코믹하고, 되풀이해 볼 때마다 점점 더 복잡하고 비극적으로 느끼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청룡상 심사위원분들이 이 점을 알아봐 주셨다고 믿고 고마운 마음으로 상을 받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배우 이성민, 박찬욱 감독 대리 수상 장면 / 유튜브 'KBS Entertain'
배우 이성민, 박찬욱 감독 대리 수상 장면 / 유튜브 'KBS Entertain'

박 감독의 청룡영화상 감독상 수상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2003년 ‘올드보이’, 2022년 ‘헤어질 결심’에 이어 다시 한 번 수상 기록을 추가했다. 올해 감독상 후보에는 민규동(파과), 연상호(얼굴), 우민호(하얼빈), 필감성(좀비딸) 등이 이름을 올리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특히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시선을 가장 많이 끈 장면 중 하나는 손예진·현빈 부부의 나란한 주연상 수상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들어 올리며 청룡 역사상 처음으로 부부가 동시에 주연상을 받는 기록을 썼다. 손예진은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17년 만에 다시 받는 여우주연상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며 “아이 엄마가 된 뒤 다양한 감정과 시선이 생겼다.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현빈 역시 “나라를 지켜온 많은 분들 덕분에 제가 이 자리까지 왔다”며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아내와 아들에게 이 기쁨을 전한다”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손예진 수상 장면 / 유튜브 'KBS Entertain'
손예진 수상 장면 / 유튜브 'KBS Entertain'

남우조연상은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이병헌)의 재취업 경쟁자 구범모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성민에게 돌아갔다. 극의 공기를 잡아낸 조영욱 음악감독은 음악상을, 인물의 개성을 살린 조상경 감독은 의상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디테일을 완성한 제작진의 저력을 입증했다. 이로써 ‘어쩔수가없다’는 6관왕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2025년 한국 영화계의 중심에 섰다.

여우조연상은 ‘히든페이스’의 박지현이 수상했다. 첼리스트이자 베일에 싸인 미주 역으로 섬세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인남우상은 ‘악마가 이사왔다’의 안보현, 신인여우상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김도연에게 돌아갔다. 인기스타상은 손예진·현빈 부부와 박진영, 임윤아가 나란히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박찬욱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9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희순, 이병헌, 박찬욱 감독, 배우 손예진, 염혜란, 이성민 / 뉴스1
박찬욱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9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희순, 이병헌, 박찬욱 감독, 배우 손예진, 염혜란, 이성민 / 뉴스1

지난 9월 24일 개봉한 ‘어쩔수가없다’는 실직한 가장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향해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 총 293만 관객을 모았다. 깊이 있는 연기와 묵직한 메시지가 입소문을 타며 꾸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1963년 처음 시작된 청룡영화상은 공정성과 엄격함으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최우수작품상, 남녀주연상, 감독상 등 총 18개 부문에서 수상이 이뤄졌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개봉 또는 OTT 공개된 한국 영화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 심사위원단 평가, 네티즌 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종 승자가 결정됐다.

유튜브, KBS Entertain

올해 청룡의 선택은 분명했다. 시상식장을 뒤흔든 ‘어쩔수가없다’의 6관왕 질주는 박찬욱 감독의 저력과 한국 영화의 깊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순간이었다.

다음은 제46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수상작 명단.

▲ 최우수작품상 = 어쩔수가없다

▲ 여우주연상 = 손예진(어쩔수가없다)

▲ 남우주연상 = 현빈(하얼빈)

▲ 감독상 = 박찬욱(어쩔수가없다)

▲ 여우조연상 = 박지현(히든페이스)

▲ 남우조연상 = 이성민(어쩔수가없다)

▲ 청정원 인기스타상 = 박진영, 현빈, 손예진, 임윤아

▲ 청정원 단편영화상 = 김소연(로타리의 한철)

▲ 음악상 = 조영욱(어쩔수가없다)

▲ 미술상 = 이나겸(전,란)

▲ 기술상 = 조상경(어쩔수가없다)

▲ 편집상 = 남나영(하이파이브)

▲ 촬영조명상 = 홍경표, 박정우(하얼빈)

▲ 각본상 = 김형주, 윤종빈(승부)

▲ 최다관객상 = 좀비딸

▲ 신인감독상 = 김혜영(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신인여우상 = 김도연(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 신인남우상 = 안보현(악마가 이사왔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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