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손흥민 감독도 인종차별자?" 지금 한국 축구 팬들이 '극대노' 중인 사건
2025-11-2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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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의 인종차별 논란
타노스 코치 징계 둘러싼 뜨거운 공방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북 현대 모터스의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수석 코치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이유로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K리그 팬들과 전북 서포터즈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9일 연맹은 제14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타노스 코치에게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원을 결정했다. 전북 구단은 즉각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사건은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에서 시작됐다. 후반 추가시간 김우성 심판이 대전의 핸드볼을 선언하자 타노스 코치가 강하게 항의했다. 항의 과정에서 경고에 이어 레드카드를 받은 타노스 코치는 양 검지손가락을 두 눈에 갖다 대는 동작을 취했다.
김 심판은 이를 인종차별 제스처로 판단해 심판보고서에 기재했고 상벌위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타노스 코치를 FIFA에 제소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심판협의회는 피해자 보호와 조속한 징계를 요구했다.
전북 구단의 입장은 정반대다. 타노스 코치는 진술서를 통해 "심판이 핸드볼 파울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눈을 가리켰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판정에 대한 항의 표현일 뿐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전북은 심판진의 오해를 풀길 바란다는 입장까지 전했다.
그러나 상벌위는 전북 구단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당시 촬영된 영상을 근거로 들었다. 타노스 코치가 검지손가락을 눈 중앙에 댔다가 가장자리로 당기며 눈을 얇게 뜨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상벌위는 이 제스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된다고 판단했다.

FIFA와 프리미어리그 등의 징계 사례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가 이 행동 전후로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던 정황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상벌위는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행위자가 주장하는 의도보다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멸적, 모욕적 행위 여부는 행위 자체와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벌위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타노스 코치의 행위는 그 형태가 이른바 '슬랜트아이(slant-eye)'로 널리 알려진 동양인 비하 제스처와 동일하다"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종차별로 인한 모욕적 감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여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연맹 상벌규정상 인종차별 행위에는 10경기 이상 출장정지와 1000만원 이상 제재금이 부과된다. 다만 이들은 "과열된 경기 양상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행위임을 참작해 구체적 양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북 서포터즈 연합 매드그린보이즈는 즉각 성명을 냈다. 이들은 "타노스 코치에게 내린 파렴치하고 폭압적인 중징계 결정을 강력히 거부하며 규탄한다"며, "눈을 뜨고 똑바로 보라는 통상적인 항의를 인종차별로 둔갑시킨 것은 역대급 적반하장이자 악의적인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매드그린보이즈는 상벌위가 열리기 전 심판협의회가 먼저 성명서를 내고 사건을 인종차별로 못 박은 행태를 지적했다. 공정한 판단을 저해하는 여론 조작이자 외국인 코치를 희생양 삼은 무책임한 행태라는 주장이다.
이에 "내로남불 심판 권위주의를 등에 업은 폭압적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며 "심판들은 반복되는 오심에는 철저히 침묵하면서 자신들을 향한 정당한 항의에는 권위를 내세워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인 요구를 묵살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북 현대 소속 선수 이승우도 불만의 목소리를 표했다. 그는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타노스 코치님은 한국에 대해 배우려 했고 한국 사람, 문화, 축구를 존중하려는 마음을 항상 갖고 계셨다"며 변호했다.

이어 "타노스 코치님은 늘 선수들에게 "서로 존중하라"고 강조해왔고, 외국인과 한국인을 나누지 않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공평하게 대하는 태도를 직접 보여줬다. 편견 없이, 차별 없이, 항상 같은 시선으로 선수들을 대하는 분이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상벌위의 판단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Racista"라는 표현은 스페인어다. 이 단어는 특정 심판 개인을 향한 인종적 표현이 아닌, 우리 팀이 불리한 판정을 받고 있다는 상황적 표현이다. 그 의도와 맥락을 무시한 채 단어만 떼어서 판단하는 것은 사실과 너무 큰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유년 시절 FC 바르셀로나에서 선수 생활을 해 스페인어에 능숙하다.
여론도 연맹과 심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K리그 관계자와 다른 구단 지도자 사이에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타노스 코치의 제스처에서 명확한 인종차별 의도를 찾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서양권에서는 심판에 항의하거나 경기에 집중하라는 제스처로 경기 중 자주 나오는 표정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심판에게 똑바로 봐라고 한 적이 있다.
게다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토트넘 시절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자 손흥민과 동료 선수들을 향해 한 적도 있다. 축구팬들은 "그럼 콘테는 손흥민한테 인종 차별을 했던 거냐", "호날두가 김 심판에게 똑같이 했어도 그런 FIFA에 제소했을 거냐"며 비웃음 섞인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팬들은 연맹이 처음부터 심판을 피해자로 규정한 인상이 강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상벌위 전부터 연맹 고위 관계자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벤치에서 완전히 보이지 않는 위치의 경기감독관까지 인종차별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보고서를 올린 것도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심판협의회가 상벌위 결정 전 성명을 내고 FIFA 제소까지 언급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심판들의 잦은 오심에는 침묵하면서 자신들이 비판받는 상황에서는 인종차별 프레임으로 시선을 돌리는 내로남불 태도가 큰 논란 거리다.
전북 구단은 재심 청구를 통해 정면 대응하겠다며, 오히려 타노스 코치가 차별을 당했다는 입장이다. 전북은 타노스 코치의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징계를 둘러싼 논란은 K리그의 심판 문제와 연맹의 공정성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축구계에서는 명확한 근거 없이 내려진 징계가 향후 유사 사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외국인 선수나 스태프가 심판과 충돌할 경우 무조건 인종차별을 주장하면 연맹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비웃음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객관성을 잃은 징계가 K리그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